신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신을 섬기는가, 아니면 신을 연기하는가

by 새벽당직일기

인간이 만든 거울, '선악의 신'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흔히 신을 절대적인 선(善)의 수호자이자 악(惡)의 심판자로 여긴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플레이어가 선한 엔딩과 악한 엔딩을 찾아 헤매듯, 우리는 인생에도 정해진 정답이 있고 신이 그 채점관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처럼 단순하지 않다. 만화 <진격의 거인> 속 세상처럼, 나의 생존을 위한 정의가 타인에게는 참혹한 악이 되는 모순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다. 서로 다른 입장의 충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선악을 주관하는 '인격신(God)'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 가능성이 높다. "창작물 속 캐릭터의 지능은 작가의 지능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신학에도 적용된다.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이 투영된 신은, 인간처럼 편을 가르고, 숭배받길 원하며, 자신을 믿지 않으면 징벌한다. 이는 우주의 창조주라기보다는, 인간의 도덕적 한계가 빚어낸 거대한 거울에 불과하다.


시뮬레이션의 설계자, '내 안의 신'

인간이 만든 도덕적 신을 지우고 나면, 비로소 진짜 창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우주가 정교한 시뮬레이션이라면, 이를 설계한 '프로그래머'로서의 신은 분명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창조주가 우리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대 물리학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태초의 특이점(Singularity)에서 시작된 우주의 모든 입자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상위 차원의 시뮬레이터(신)와 하위 차원의 캐릭터(나)가 물리적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프로그래머는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다. 그는 데이터를 쪼개어 스스로 이 세계에 접속(Login)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불이, 不二)"라는 가르침처럼, 그리고 "내 안에 신이 있다"는 말처럼, 나는 신이 이 3차원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만든 아바타이자 감각 기관이다. 즉, 창조주는 저 먼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 깊은 곳에 실재한다.


심판이 아닌 섭리의 세계로

결론적으로 신은 존재한다. 다만, 그는 밖에서 우리를 심판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안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플레이어다.

우리가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인간이 발명한 조잡한 '선악의 잣대'로 우주의 거대한 '섭리'를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비가 내려 홍수가 나는 것은 악이 아니고, 사자가 사슴을 사냥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것은 시뮬레이션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연산 결과이자 흐름이다.

내 삶에 닥치는 고난과 기쁨 또한 징벌이나 보상이 아니다. 그것은 신인 내가 경험하고자 했던 우주의 다양한 풍경일 뿐이다. 그러니 인간이 만든 낡은 신의 개념에 갇혀 죄책감을 느끼거나 구원을 구걸할 필요는 없다. 대신 내 안의 신성을 자각하고, 이 거대한 시뮬레이션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신과 하나 된 존재로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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