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변호사가 고백하는 '누더기 커리어'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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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여의도의 불 꺼진 사무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날이 있었습니다. 책상 위엔 검토하다 만 계약서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머릿속엔 의뢰인의 한숨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죠. 그때 문득, 섬뜩한 질문 하나가 가슴을 찔렀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로펌에서 시작해 대기업을 거쳐 지금의 금융권 사내변호사 자리에 오기까지, 저 역시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변호사 자격증이 우리를 지켜주는 '만능 방패'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자격증이라는 안도감에 취해 아무 곳이나 덥석 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커리어는 그때부터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1. 취업난이라는 덫, 그리고 '아무 회사'의 유혹


요즘 변호사 시장, 참 춥습니다. 변호사 수는 매년 쏟아져 나오는데 갈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서초동의 낡은 건물 한 켠에서 밤새워 서면을 쓰다 보면, "어디든 나를 받아주는 곳만 있다면 감지덕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겠습니다. '아무 회사'나 들어가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후배 변호사들이 당장의 취업난에 떠밀려, 혹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연봉이나 조건만 보고 입사를 결정합니다. "일단 들어가서 경력 쌓고 이직하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요.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그다음 단추를 바로 끼우는 데에는 몇 배의 노력과 고통이 따릅니다.


전문성이 없는 물경력, 체계 없는 업무 프로세스, 배울 것 없는 사수... 이런 환경에서 2~3년을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자조적으로 말하는 '누더기 커리어' 뿐입니다. 시장은 냉혹합니다. 경력직 채용 시장에서 당신의 지난 시간은 '무엇을 했느냐'로 평가받지, '얼마나 버텼느냐'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2. 커리어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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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봉보다 워라밸을, 대형 로펌보다 사내변호사를 선호하게 된 이면에는 '삶의 통제권'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곳'이나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커리어 관리는 단순히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맞는 '직무'와 '산업'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저는 금융권으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 단순히 '연봉'이나 '네임밸류'를 보지 않았습니다. "금융이라는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이며, 그 안에서 법률 전문가로서 내가 어떤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핀테크, 블록체인, AI...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엣지(Edge)를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힘들더라도 내가 원하는 커리어 패스를 스스로 설계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비록 느리고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3. 운조차 준비된 자의 몫이다


물론, 커리어에는 '운'도 작용합니다.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 회사가 성장하는 시기에 합류하는 것... 하지만 운조차도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운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도박입니다. 스스로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며, 끊임없이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운이 다가왔을 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강제 개업으로 향하는 물결을 따라가다 가끔씩 사내변이라는 나뭇가지 좀 붙들고 있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깁니다. 우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존재가 아니라, 숲을 가로지르는 길을 만드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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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든 가야겠다"는 조급함에 시달리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이 선택이 나의 5년 후, 10년 후를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가?"


당신의 커리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속에서 찢겨나갈 누더기가 아닙니다. 당신이 스스로 설계하고, 쌓아 올리고, 완성해 나가는 유일무이한 작품이어야 합니다. 부디, 당신의 귀한 시간을 '아무 곳'에나 허비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더 좋은 곳에 갈 자격이, 더 나은 커리어를 가질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이 글에 담지 못한 구체적인 커리어 로드맵 설정 방법과 현실적인 이직 전략은,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만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습니다.



https://kmong.com/gig/72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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