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아닌 '거울 속의 나'에게 베팅하라
여의도의 점심시간,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로 붐비는 식당가를 걷다 보면 들려오는 대화의 8할은 자산 시장 이야기입니다. 어젯밤 나스닥의 등락, 비트코인의 시세, 혹은 강남 어느 아파트의 호가 갱신.
"변호사님은 요즘 어디 투자하세요?"
의뢰인 미팅이나 동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받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리곤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기술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모두가 본업보다 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기묘한 위화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마치 커리어라는 배는 낡고 구멍 난 나룻배 취급을 하며, 옆을 지나가는 화려한 유람선(투자 시장)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커리어의 공세 종말점에 다다랐다고 느끼는 순간, 인생의 승부처를 '시장(Market)'으로 옮기려 합니다.
이해는 갑니다. 근로소득의 상승 곡선은 완만하고, 자산 가치의 상승 곡선은 가파르니까요. 전문성이 정체되거나 조직 내에서의 성장이 멈췄다고 느낄 때, "월급쟁이는 답이 없다"며 HTS 창을 띄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습니다. 전문성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해 도피하듯 선택한 투자는, 결국 인생 전체를 외부 변수에 저당 잡히게 만듭니다.
투자의 가장 큰 속성은 '비대칭적인 주도권'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시장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 국제 유가의 변동, 지구 반대편의 전쟁 소식에 내 자산은 춤을 춥니다.
투자가 내 삶의 중심이 되는 순간, 나의 행복과 불행은 내가 아닌 '시장'이 결정합니다. 시장이 요동치면 내 인생도 함께 요동칩니다. 상승장에서는 도파민에 취해 본업을 등한시하고, 하락장에서는 패배감에 젖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주도권을 상실한 삶입니다.
반면, 본업은 다릅니다. 특히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이나 자신만의 기술을 가진 스페셜리스트에게 본업은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 수단'입니다.
물론 내 몸값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하지만 그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투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지만, 본업에서는 내가 실력을 갈고닦음으로써 능동적으로 '업사이드(Upside)'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운전대를 내가 쥐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훨씬 견고합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종종 이런 비유를 듭니다.
네 수중에 1,000만 원이 있다고 치자. 이걸 주식에 넣으면 연 10% 수익을 내기도 벅차겠지만, 네 커리어에 투자하면 그 가치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뛸 수 있다."
가령 1,000만 원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떠나거나, 혹은 최고 수준의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쌓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장 통장 잔고는 줄어들겠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될 보이지 않는 가치(Intangible Value)는 훗날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혹은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때 몇 배의 레버리지로 돌아옵니다.
전문성을 가진 이들에게 최고의 투자처는 삼성전자나 테슬라가 아니라, 바로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입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증명하고, 쟁취해 내는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시장의 파도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닻을 내리게 됩니다.
투자는 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파도에 올라타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그 파도가 덮쳤을 때, 나를 지탱해 줄 구명조끼는 결국 '본업의 경쟁력'입니다.
흔들리는 붉은색과 파란색 그래프 위에 당신의 인생을 세우지 마십시오. 대신, 어제보다 더 나은 전문성을 갖춘 오늘의 나를 믿으십시오. 시장은 배신해도, 갈고닦은 실력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 담지 못한 구체적인 커리어 강화 전략과, 본업과 투자의 균형을 잡는 현실적인 방법은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만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습니다.
#자기계발 #커리어전략 #본업의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