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칠드런 오브 맨’

감독 : 알폰소 쿠아론

by Plain Blank
‘테오의 신념이 우연에 진 거예요
그러니 어차피 인생이 스스로 선택한다면 뭐 하러 신경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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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를 그린 여러 영화와 소설이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훌륭한 고전 소설부터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까지

선사시대부터 인간에게 생존이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도처에 위협은 늘 가득하고 몇 년 후가 아닌 당장 내일 살아있을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막연함 투성이였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미디어와 사회는 대중에게 꾸준히 미래에 대한 환상과 함께 잘 감춰진 형태로 소비를 강요해나가며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습니다.더 나은 미래 더 좋은 내일 같은 그런 것 말입니다.
물론 개인위생, 공중보건 그리고 의료기술의 발전 등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일이지만 \ 이와 같은 우리 종의 역사 때문인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상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생존 본능 같은 것이 존재하고 창작자들에게도 유토피아를 그린 창작물보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대한 작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지만 디스토피아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도 어떤 작품은 빅브라더에 의해서 감시 통제 당하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어떤 작품은 부모의 존재가 없어지고 모두 인공수정으로 유리병 속에서 태어나 감정을 통제 당하는 사회를 그립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아이들이 사라진 사회, 인간은 더 이상 임신할 수 없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쉽게 죽지도 않는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세계는 폭동과 테러가 일상이 되어 버린 채로 영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무정부 상태가 되고 유일하게 군대가 남아있는 국가 영국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넘쳐납니다.
이민자들을 향한 자국민들의 경멸을 영화는 차가운 톤의 화면에 적나라하게 담았습니다.
지금 세계의 상황 역시 2006년 이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런 부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선택 그리고 주변인들의 희생 그리고 죽음들을 희망으로 가는 짧은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마이클 케인이 연기한 제스퍼는 극에서 키와의 대화에서 이런 얘기를 나눕니다.


‘테오의 신념이 우연에 진 거예요
그러니 어차피 인생이 스스로 선택한다면 뭐 하러 신경을 써요?'

아이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무언가에 이끌린 듯 테오는 자신의 목적지를 향합니다. 영화를 뒤덮은 절망 속에서도 한 인간은 무모할 정도로 인류의 다음 걸음을 위한 믿음으로 전진합니다. 저는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제스퍼의 얘기처럼 모든 게 정해져 있는 삶이라면 우리는 치열함을 멈춰야 할까요?


또 다른 영화 ‘Stranger than Fiction’에서 주인공 헤롤드 크릭은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생기면서 자신이 한 소설가의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운명을 정하는 그에게 신과 같은 권력을 가진 소설가는 오로지 비극만을 쓰는 작가.
헤롤드도 부지런히 테오처럼 운명에 묶이지 않으려 결말을 바꿔보려 하는 믿음으로 자신이 할 일을 하며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와 소설 속에 사람들은 운명에 그대로 떠내려가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합니다.

운명에 사전적인 뜻은 ‘인간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결국 그 결정의 주체가 언제나 나 자신이라면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을 찾을 것이고 그 운명과 싸워서 이겨낼 것이라 믿습니다.


‘칠드런 오브 맨’ 마지막 장면에서 배 위에 테오와 키를 향해 오는 미래호라는 희망의 배처럼 우리 인생도 피할 수 없는 결정들을 거듭하며 희망의 나라로 갈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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