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미언 셔젤
스타는 되는 게 아니고 타고나는 건데 난 타고났지
작년 후반기부터 2023년에도 수많은 좋은 영화들이 개봉을 예고했습니다. 그중에도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마블의 마지막 희망과도 같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어린 시절 추억이 듬뿍 담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아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이었습니다. 영화에 트레일러를 보고 디이메언 셔젤 감독에 브래드 피트와 미고 로비라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봉 후 관객평은 엇갈렸고 바쁜 일상에 이리저리 치여 지내다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애플tv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서 결제해서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퍼스트맨’은 다른 사람들에 감상은 알 수 없으나 저에게는 그 시간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좀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이 천재 감독에 3번째 장편영화 ‘퍼스트맨’은 저에게 ‘위 플러쉬’와 ‘라라랜드’를 통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4,5년이 지나 만난 ‘바빌론’ 트레일러에서는 다시금 경쾌한 재즈 선율과 아마도 퇴폐적인 라라랜드로 완성될 것 같다는 느낌에 다시 한번 데이미언 셔젤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는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야기이자 스타의 탄생과 몰락 그리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초기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에 대한 풍자와 질서 없는 제작 과정을 통해서 영화를 완성해가던 무성영화 시절에서 부자들의 자본이 유입되고 품위를 중시하는 초기 유성영화의 시작이 대비되며 영화시장에 변화를 보여줍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시대는 변합니다. 무성 영화 시절에 톱스타였던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잭과 미고 로비가 연기한 넬리는 유성 영화가 되면서 새로워진 영화 제작 환경과 투자 환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늘 생각하듯이 사랑과 가장 가까운 감정은 증오나 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잭을 사랑하던 팬들은 유성영화에 등장하는 그를 조롱하고 조소를 퍼붓기 시작합니다.
대중들의 사랑에 대상이 그저 시대가 바뀌었을 뿐인데 조롱에 대상이 되어 버린 겁니다. 노력하고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불분명한 이유뿐인 조롱에는 어떤 대처도 무의미하기만 합니다. 그저 대중들은 그를 정상까지 올렸듯이 저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는 그 재미에 빠져버린 것뿐입니다. 영화 속 평론가에 얘기처럼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추락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시대는 소리 없이 변해갑니다. 소리가 없는 흑백 화면에서 영화에 소리가 담겼고 흑백 화면은 총천연색으로 스크린을 물들입니다. 중반부에 이야기를 느슨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좀 덜어내어 2시간 정도에 러닝타임으로 완성한 후에 지금 개봉한 버전을 추후에 감독판으로 공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기획하고 만들어 낸 감독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하나 덜어낼 것 없이 다 필요한 장면이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초반부에 그 속도감이 주는 즐거움을 중반부에 느슨함이 집중도를 많이 저해시키지 않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산으로 가는 듯했던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가족과 함께 L.A로 여행을 온 매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대전환을 맞이합니다. 오래전에 일했던 곳을 다시 가고 혼자 들어간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는 과거 무성영화 시절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갔던 그 시절 잭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고 매니는 눈물을 흘리고 중반부에 지루함을 잊을 만큼 환상적인 엔딩 신이 시작됩니다.
음악에 리듬에 맞춰 과거에서부터 현대로 시네마에 발전 과정들을 환상적인 영상미를 통해 보여줍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랑은 비를 타고’와 ‘터미네이터’ 그리고 ‘아바타’를 비롯한 한 시대에 커다란 변화에 일조를 한 영화들에 장면들이 스쳐갑니다. 이 압도적인 엔딩 시퀀스만으로도 이 영화는 몇 번이라도 볼 가치가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엔딩이었습니다.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한 장면 장면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던진 수많은 스태프들과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역사에 남을 작품을 남긴 감독들과 배우들 그리고 어느 예술이 그러하듯 불운하게 잊혀져간 영화인들까지 영화 ‘바빌론’은 너무도 컸던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장면을 끝나고 크래딧이 올라갈 때 느껴지는 것은 지금에 영화산업을 존재하게 한 그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완벽한 헌사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