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형슬우
’그렇게 끝날 줄은 몰랐었는데 결국 그렇게 끝이 나더라고요’
어떤 작품들은 그저 제목만 보고도 궁금해져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 선택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반복되는 것을 보니 그건 저에게 음악이나 책을 포함한 모든 창작물에 포함되는 개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역시 영화의 포스터와 그 위에 잘 어울리게 올려진 제목을 보고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처음 몇 장면들만 봐도 자세한 설명 없이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합니다. 오랜 연인인 두 사람은 함께 지내고 있고 남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여자는 처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며 남자에 무책임한 여러 모습들에 지쳐버리고 보통의 연인들처럼 결국 다툼은 아주 사소한 일을 시작으로 둘 사이에 틈은 점점 벌어져 갑니다.
라면을 한입만 먹겠다는 아영에게 많이 먹었다고 화를 내는 준호. 그리고 준호가 끊인 라면을 덜 익었다고 하는 아영. 저장면을 보면서 속으로는 ‘뭐 저런 것 가지고 싸우지 먹고 하나 더 끓여 먹으면 되지 않나’ 생각했지만 지난 시절 저의 연애에서의 그 사소하고 내 속 좁음과 찌질함으로 뒤섞인 순간들이 휘리릭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아 그렇지 헤어지는 이유가 거창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던 좋아하는 영화인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도 콩나물밥을 했다는 여자에게 고집부리며 라면을 먹겠다는 남자의 선택 때문에 결국 둘에 끝이 정해졌던 것을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을 세상에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연애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사소한 사건들로 끝이 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사람에 마음속 누적 되어온 상대방에 대한 불만에 종지부를 찍을 하나의 사건 이면 충분하기에 그렇게 우리들은 헤어졌는지 모릅니다.
이별 후에 몇 달간 나 이외에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 부재를 영화에서 두 사람은 나름 담담하게 이겨냅니다. 그리고 지난 연애에서도 그렇듯이 새로운 사랑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 우연과 우연들이 겹쳐져 두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새로운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각자의 방식으로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또 이별을 겪게 됩니다. 두 이별 모두 상대방의 거짓말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아영에 이별은 상대 남자의 거대한 거짓말을 알게 되어 느낀 큰 배신감으로 둘 사이 관계는 바로 끝나버리고 준호는 본인의 거짓말을 시작으로 이별을 다시 경험합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준호의 거짓말이 더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준호의 거짓말은 우유부단한 자신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고 아영에게도 거절하지 못하겠는 상황에서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면 아영에 새 연인은 그저 본인의 일탈과 욕망을 위한 거짓말이라 느껴졌습니다.
헤어짐은 왜 인지 항상 어렵고 더 아프기만 합니다. 좀처럼 이별에는 무뎌 지거나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지난 이별들을 생각해 보면 준호에 저 말이 꼭 내 마음에서 꺼낸 말처럼 공감됩니다. ’그렇게 끝날 줄은 몰랐었는데 결국 그렇게 끝이 나더라고요’ 혼자 멍하니 있다 보면 나이가 들어서 인지 자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내 한 시절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었던 지나간 연인들이 모두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