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레이 시리즈 ‘안나’ 감독판

by Plain Blank
‘열심히 살면 그만큼 보답받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게으르면 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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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안나’는 크게 관심이 있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대 OTT 시대에 하루에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시리즈와 영화들 그리고 오랫동안 보기를 미뤄왔던 오래전 명화들까지 내가 가진 시간에 한정됨에 비해 보고 싶은 것들은 늘 너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뉴스들을 확인하다 감독과 OTT 업체인 쿠팡 플레이와의 편집에 관련된 분쟁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됐고 때마침 쿠팡 멤버십은 사용하고 있어서 감독판을 한두 편만 봐보자 했던 것이 재미있어서 결국 그날 다 봐버렸습니다.


‘안나’는 극을 진행하는 내내 ‘인간에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불행들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서 뿌리를 내리고 소위 가진 자라고 일컬어지는 사람 중에 타인 무시하는 인격 이하에 사람들에 태도를 자양분으로 자라나고는 합니다.

유미는 그저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불행에 아랑곳하지 않는 세상이 미웠고 노력해도 그 자리를 맴도는 것만 같은 느낌은 그녀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미는 자기 자신을 모조리 버리고 안나가 되기를 결심합니다.거짓말은 거짓말을 만들고 점점 더 거대해집니다.
서울 시장이 되려는 남편이 기사를 해고할 때 폭행과 폭언을 하는 모습을 볼 때 안나는 화들짝 놀라며 뭐 하는 짓이냐며 말리지만 이후에 가정 도우미분에게 그때 남편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옮긴 듯이 무시와 멸시를 토해냅니다.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돈이나 지위를 이유로 타인에게 무례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그토록 유미가 증오했던 인물들을 결국 안나가 된 유미가 닮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유미는 그렇게 안나가 되었고 그녀를 완벽하게 훔쳐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사건은 가장 평화로운 순간에 주인공을 찾아오게 되고 본인이 사는 집 엘리베이터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 진짜 안나를 만나게 됩니다.그렇게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그렇게 쌓인 것이 한순간에 큰 눈덩이가 되어 안나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진짜 안나와 진짜 안나의 어머니를 만날까 봐 애서 높은 힐을 신고 23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그녀가 구두굽이 부서지고 가쁜 숨을 내쉬며 도착한 곳에는 진짜 안나가 그녀의 진실을 알고 도착해 있습니다.
유미는 마지막에는 진짜 안나가 될 수 있을까요 그 결말은 남아있는 절반에 이야기가 우리에게 설명해 줄 것입니다.


저는 ‘안나’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선배와 유미가 나눈 대사들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특히 4편에서 유미와 선배와 대화에서 ‘돈 많으면 뭐가 좋아?'라는 질문에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되는 것’이라든지

‘선배 그거 알아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가을에 책이 안 팔려서 만든 마케팅이래요 이사 날 비 오면 잘 산다는 말도 사실 비 오면 이사하기 힘드니까 힘내라고 만든 말이고 고진감래 그런 말도 아니라는 걸 알면 사람들이 열심히 안 살 테니까’ 같은 자신이 만든 거짓말들이 쌓여져 만든 성에 갇혀버린 유미에게 그래도 한 명 내 편이었으면 하는 존재가 선배이기 때문에 그런 솔직한 고민들이 투영된 대사들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 편까지 보고 난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미에게 수능을 앞둔 그 시절 교사와 연애가 없었다면
전학 간 학교에서 봤던 첫 번째 수능에 목표로 하는 학교에 입학했다면
그래서 하숙집 선배에게 신입생이라고 거짓말하지 않고
아니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어린 시절 거짓말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기교육해 준 미군의 와이프와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유미가 안나에 길을 선택하는 일이 없었을까하지만 우리 인생에 ‘if’는 그저 과거에 대한 후회만 남길뿐 헝클어진 현실에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유미는 그 일이 아니었어도 또 다른 계기들을 만나 결국 안 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안나’에 대한 최종적인 감상은 한마디로 ‘웰메이드’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진 이야기 구조와 배우들에 훌륭한 연기 그리고 깔끔한 연출이 더해져 무거운 주제이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유미에 욕망으로 가는 전차가 도착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확인하게 합니다.

배수지 배우는 처음 작품부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안나’에서는 그녀가 배우로서 큰 폭에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다음 시즌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지만 이대로 마무리되어도 좋은 만한 엔딩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논란에 중심에서 공개된 감독판으로만 봤기에 편집된 선공개 본과 차이는 알지 못합니다. 시청 후에 여러 리뷰를 확인해 보니 감독판이 훨씬 좋다는 평들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 ‘안 나’를 보게 되시면 감독판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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