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 균열 속에 피어난 사랑

by 제제

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 맘마'를 외치며 울던 이재를 품에 안고 밥을 먹이고 깨끗하게 씻겨 재웠다. 이재도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했는지, 몇 번의 토닥임에 앙앙거리던 칭얼거림 대신 작은 숨소리만을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 이재의 얼굴은, 초음파 사진 속에서 보았던 내 뱃속의 천사 모습 그대로 평화로웠다. 나는 그 작은 숨결을 느끼며 지쳤던 하루를 겨우 위로받았다.
​잠시 후 나정식이 퇴근해서 들어왔고, 우리는 이모님의 갑작스러운 이탈이라는 폭풍우 앞에 마주 앉았다. 그는 차분했지만 불안해하는 내 눈을 마주 보며 나섰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식사부터 생활까지, 모든 건 정기 배달로 돌리고 집안일도 내가 최대한 도울게. 당신은 오직 회사와 이재에게만 집중해." 그는 나를 위로하며 현실을 정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당장 내일과 모레는 내가 오후 휴가를 쓸게. 당신은 마음 편히 회사 다녀와. 이번 주말 안에 우리가 함께 새로운 이모님을 찾으면 돼."
​나는 그의 단호한 결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정식의 어깨에 기대어, 나는 다시 한번 이 가정을 지켜야 할 이유와 힘을 얻었다.

​다음 날 회사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은 여전히 어수선했지만, 내 마음을 정화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정식이 거품 가득한 목욕탕에서 이재를 품에 안고 유치한 동요를 열창하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땀을 흘리며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하고 목청껏 뽀로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작은 이재는 물장구를 치며 "아빠! 또!" 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는 현관에 선 채,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채 이재를 안고 헌신하는 나정식의 모습, 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나의 심장을 강타했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은 벅찬 감동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명절 시월드의 냉기, 냉장고 앞에서 흘린 눈물, 차가운 회사 공기 속에서 나를 짓눌렀던 모든 고통이, 그 찰나의 '부녀(父女)의 사랑스러운 멜로디'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맞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했지.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따뜻한 행복이야.'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행복을 훔쳐보는 사람처럼 미소를 지으며 거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 나정식과 함께 이모님을 구인하던 중, 문자 한 통을 받고 집 앞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거기서 나는 마치 엄마처럼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시는 50대 후반의 여성분을 만났다. 그녀는 급여나 조건보다 먼저 나에게 물었다.
​"아기 이름이 뭐예요? 그 아기가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요."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에 나는 그 어떤 질문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저 "저희 이재 잘 부탁드립니다."라고만 했다. 이모님은 차분하게 웃으시며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부탁드려요, 어머님." 하고 되려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그 후, 이모님은 이재를 정말 사랑과 전문성으로 돌보셨다. 어설프게 말을 하는 이재에게 동요와 동화 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셨고, 길가의 작은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르쳐주셨다.
​어린이집 하원 후, 이모님은 이재와 함께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에게 물을 주고 쓰담쓰담하게 하셨다. 이재는 엄마 아빠가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이모님의 넓은 사랑과 안전한 품 속에서 따뜻하게 성장했다. 나의 삶에 비로소 '균형'이라는 두 글자가 기적처럼 내려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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