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 맘마'를 외치며 울던 이재를 품에 안고 밥을 먹이고 깨끗하게 씻겨 재웠다. 이재도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했는지, 몇 번의 토닥임에 앙앙거리던 칭얼거림 대신 작은 숨소리만을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 이재의 얼굴은, 초음파 사진 속에서 보았던 내 뱃속의 천사 모습 그대로 평화로웠다. 나는 그 작은 숨결을 느끼며 지쳤던 하루를 겨우 위로받았다.
잠시 후 나정식이 퇴근해서 들어왔고, 우리는 이모님의 갑작스러운 이탈이라는 폭풍우 앞에 마주 앉았다. 그는 차분했지만 불안해하는 내 눈을 마주 보며 나섰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식사부터 생활까지, 모든 건 정기 배달로 돌리고 집안일도 내가 최대한 도울게. 당신은 오직 회사와 이재에게만 집중해." 그는 나를 위로하며 현실을 정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당장 내일과 모레는 내가 오후 휴가를 쓸게. 당신은 마음 편히 회사 다녀와. 이번 주말 안에 우리가 함께 새로운 이모님을 찾으면 돼."
나는 그의 단호한 결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정식의 어깨에 기대어, 나는 다시 한번 이 가정을 지켜야 할 이유와 힘을 얻었다.
다음 날 회사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은 여전히 어수선했지만, 내 마음을 정화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정식이 거품 가득한 목욕탕에서 이재를 품에 안고 유치한 동요를 열창하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땀을 흘리며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하고 목청껏 뽀로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작은 이재는 물장구를 치며 "아빠! 또!" 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는 현관에 선 채,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채 이재를 안고 헌신하는 나정식의 모습, 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나의 심장을 강타했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은 벅찬 감동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명절 시월드의 냉기, 냉장고 앞에서 흘린 눈물, 차가운 회사 공기 속에서 나를 짓눌렀던 모든 고통이, 그 찰나의 '부녀(父女)의 사랑스러운 멜로디'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맞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했지.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따뜻한 행복이야.'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행복을 훔쳐보는 사람처럼 미소를 지으며 거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 나정식과 함께 이모님을 구인하던 중, 문자 한 통을 받고 집 앞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거기서 나는 마치 엄마처럼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시는 50대 후반의 여성분을 만났다. 그녀는 급여나 조건보다 먼저 나에게 물었다.
"아기 이름이 뭐예요? 그 아기가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요."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에 나는 그 어떤 질문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저 "저희 이재 잘 부탁드립니다."라고만 했다. 이모님은 차분하게 웃으시며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부탁드려요, 어머님." 하고 되려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그 후, 이모님은 이재를 정말 사랑과 전문성으로 돌보셨다. 어설프게 말을 하는 이재에게 동요와 동화 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셨고, 길가의 작은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르쳐주셨다.
어린이집 하원 후, 이모님은 이재와 함께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에게 물을 주고 쓰담쓰담하게 하셨다. 이재는 엄마 아빠가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이모님의 넓은 사랑과 안전한 품 속에서 따뜻하게 성장했다. 나의 삶에 비로소 '균형'이라는 두 글자가 기적처럼 내려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