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절(節). 사자(獅子)
강원도(江原道) 감자 밭두렁을 지나갔다. 옆 동네 농군(農君)이 손짓한다. 감자 바구니 나눠 들고 귀가(歸家)했다. 마른 장작(長斫) 패고, 솥에 물도 앉혔다.
“형! 감자가 머리통 만하네?” 한바탕 웃었다. 솥 수증기(水蒸氣) 번지는 따스한 아궁이 곁에서 밀애(密愛)를 나눴다. 다시 장작(長斫) 패고, 물을 부었다.
굵은 소금에 찍어 서로 먹였다. 배가 불러와 따끈한 구들장에 등을 던진다. 얼마나 잤을까? 앞 동네 개 짓는 소리에 깼다. 나라는 그 별, 그 호숫가를 걷는다.
1주일(週日) 지났다. “형! 부모님 산소(山所) 어디야?” 시외(市外) 버스 타고 부산(釜山)으로 달렸다. 추모관(追慕館)은 적막(寂寞)했다. “어머니는?” 침묵(沈默)이 흘렀다.
오래전, 부검의(剖檢醫) 전화를 받았다. “잘 모셨습니다.” 생모(生母)는 서울역 노숙인(路宿人) 밥 봉사자(奉仕者)였다. 꽃샘 봄날, 화단(花壇)에 기댄 채 잠들었다.
계모(繼母)는 유언(遺言)대로 화장(火杖), 동장군(冬將軍) 바람 손잡고 날아갔다. 고아(孤兒)라 부르는 이웃도 있었다. 고개 들면 보이는 저 낙원(樂園)이 부러웠다.
“젓 뗀 사자(獅子)를 절벽(絶壁) 아래로 굴렸다.”
이 2절, 사자(獅子)는 일상의 소박한 노동과 자연의 따스함,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족과 삶의 무게가 교차하는 듯한 풍경을 펼칩니다. 강원도의 감자 밭두렁을 지나며, 감자를 나눠 들고 귀가하는 장면은 농촌의 여유로운 삶과 공동체적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단순한 일상을 통해 서로를 챙기고 웃음 짓는 모습은 따스함과 친밀함의 증거로,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와도 같이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온기가 잠시 머무는 사이, 시간은 잔잔히 흘러 1주일이 지나고, 부모님의 산소를 찾기 위해 부산으로 달리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침묵과 적막한 추모관의 분위기, 그리고 생모와 계모에 관한 회상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예기치 않은 상처와 이별, 그리고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드러내 줍니다. 고아라 불리는 이웃과 보이는 낙원을 부러워하는 시선 속에서, 개인이 겪은 상실과 외로움이 깊게 파고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 “젓 뗀 사자(獅子)를 절벽(絶壁) 아래로 굴렸다.” 는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사자는 전통적으로 용기와 자존심, 강인함을 상징하지만, 여기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폭력적이고도 운명 같은 행위—절벽 아래로 굴리는 행위—로 그려집니다. 이는 마치 내면의 강인한 자아나 존재감이 억압받거나, 혹은 해체되어 버리는 순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삶의 순환 속에서 때로는 강한 자아조차도 굴러떨어져야 하는, 혹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소박한 일상과 기억의 풍경을 가로지르며, 가족애와 상실, 사랑과 회한 같은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는 복합적 내러티브를 제공합니다.혹시 이 시에서 사자라는 상징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또한, 감자 나눔과 농촌의 일상이 불러일으키는 따스한 느낌과 동시에, 가족과 상실의 이야기가 마음 한 켠에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감정의 모순과 교차로에 대해 당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조금 더 나눠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