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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May 12. 2021

되돌리다


밤은

끓어올라 넘치는 열을 담아내기에

충분히 아름답지 못했다.     


이름표를 가리고 달렸다.

고개를 숙이고 숨을 참아가며

두 다리가 허락하는 순간까지 달리고 또 달렸지만

틈을 파고드는 맞바람에도 식지 않는 열 때문에 나는

상상 속에서 옷을 벗어던졌다.     


숲은 그 자리에 있었다.

묵묵하게, 듬직하게, 파릇파릇한 생명력으로 품은 숨들이 눈에도 보이는 듯하게.

깊은 공간 어딘가에서 밟히는

낙엽들의 바스락거림을 타고 들려오는 속삭임을 쫓아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숲을 나아갔다.


열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붉어져갔다.

격한 숨을 몰아쉬며, 껄떡거리며,

몸속 세포의 세포까지 하나씩 녹여 무너뜨렸다.


내 안의 모든 것이 숲의 거름이 되어

땅으로 가라앉아가는 순간

마침내 그녀를 마주쳤다.     


손짓한다.

그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미 사라진 두 다리를 대신하여 바닥의 마른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남겨진 몸뚱어리를 질질 끌며 기어간다.


그녀의 뿌리는 셀 수 없는 갈래로 뻗어나가 숲을 지탱하고 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뿌리를 내민다.

허겁지겁 생명의 동아줄을 붙잡아

겨우 몸을 뒤집어 배꼽 안으로 쑤셔 넣는다.

열이 식는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숲에서 보는 밤은 여전히 아름답구나.

나는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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