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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Jun 25. 2021

10초 건너뛰기


집에서 누워 넷플릭스로 영화를 볼 때, 지루한 부분이 나오면 핸드폰 화면의 오른쪽을 톡톡 두드려 10초를 건너뛴다.


살다 보면 이 10초 건너뛰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불편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쥐구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일 때,

두려운 일이 다가올 때,

모든 것이 우울하게만 느껴질 때.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어서 10초 건너뛰기가 간절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놓친 사실이 있다.


10초씩, 10분씩 건너뛰어 본 영화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감흥이 없다.


영화감독과 작가가 주인공에게 어려운 시련과 사건을 주는 것은 결말에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낸 주인공에게, 관객들이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중요한 장면을 재미없다고 건너뛰어버린다면 그만큼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래서 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이란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모든 장면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해보려 한다.


내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더 짜릿하게 전율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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