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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Jul 12. 2021

<좋은 생각>에 글이 실렸어요.


5월 말쯤, 브런치의 알림이 울렸다.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

아직 작가라고 하기엔 많이 미흡한 작가 지망생이지만 그래도 ‘작가님’이라고 짚어 말하며 제안이 왔다는 게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월간 <좋은 생각>의 기자님께서 8월호에 짧은 글을 청탁하고 싶다고 하셨다.

글의 주제는 ‘슬럼프’.

슬럼프에 대한 나의 생각을 25줄 정도 써야 했다.

쉽지만 어려운 주제였다. 슬럼프에 관한 글은 이미 많이 쓰였기에 무언가 색다르게 써보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본 뒤, 노트북을 열었다.




<슬럼프>


그는 아무 예고 없이 숲을 찾아와 눈치채지 못하게 나를 조여왔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에게 휘둘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가지를 부러 뜨리고 잎사귀에 상처를 냈다. 햇빛을 받지 못하도록 하늘을 검게 뒤덮었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끌어 내렸다. 나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몸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시들었다. 그는 그렇게 서서히 나를 갉아먹었다. 매일 밤 울며 잠들었다.     


하루는 그가 말했다. ‘나는 네가 불러낸 것’이라고, ‘그저 네 부름에 따라온 것’이라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를 부른 적도 없고 그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수수께끼 같은 말에 그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불러냈다면, 반대로 널 사라지게 할 수도 있겠네?” 그는 대답 대신 애매한 미소를 짓고선 계속 내 곁을 맴돌며 괴롭혔다.     


이대로 무너지기 싫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허무하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보이지 않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먹고 강해졌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려고 노력했다. “난 할 수 있어. 반드시 이겨 낼 거야.”하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렸다.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가지를 높이 뻗었다.     


그와의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했다. 가끔 나를 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취미 생활을 하고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주변에서 조언을 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새들과 숲속 친구들은 내게 용기와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작가의 진심 어린 글은 그 무엇보다 힘이 되었다.     


고된 시간을 견뎌 내자 마침내 그가 물러났다. 숲에 다시 빛이 들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는 숲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그를 불러낸 것은 그와의 싸움을 통해 더 강인해지고,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그는 떠나며 다시 찾아올 것을 예고했다. 나는 이제 단단한 마음으로 그를 맞이할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잡지에 나의 글이 실렸다니 기분이 묘하다.

작가의 꿈에 조금 더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

좋은 기회를 주신 <좋은 생각>의 기자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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