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크닉을 통해 인생 처음 진정한 여유를 맛보다.
흔히들 해외에 나가보면 서양사람들은 여유가 넘친다고 이야기한다.
몸소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모를것이다 이 진정한 여유를.
햇빛을 너무 싫어해 한국에서는 가리기 급급했던 나 조차도 이곳에 있으니 오히려 대놓고 자갈에 등을 지지며 햇살을 만끽하게 되더라.
아침 8시. 사촌언니의 노크소리에 잠을 깼다.
아직까지 시차적응이 완벽히 되지 않은 나는 저녁을 먹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어 이른 새벽에 눈을 떠 뒤척이다 새벽5시쯤 되야 다시 잠이드는 생활을 일주일째 하고 있었다.
그 탓에 낮시간만 되면 졸음이 찾아 오는데 어떻게든 시차적응을 해보려 졸음을 견디고 견딘다.
그러다가 저녁만 먹고나면 더이상 참을 수 없는 피곤함에 이성을 잃은 채 마법에 걸린듯 잠들어 버린다.
다시 두세시간밖에 못자고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데 언니의 노크소리는 겨우 잠이든 나에게 불청객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똑똑똑' 소리에 가시지 않은 잠을 떨쳐내고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한다.
피곤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 많던 피곤이 다 가시는 아침이다.
왜냐!! 호숫가에 피크닉을 가기 때문이다!!
오 예!! 드디어 부산에서 새로 사 온 수영복을 꺼내 입을 수 있다!!
찌뿌둥한 몸을 물놀이로 풀어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30분 만에 준비를 하고 나왔다.
사촌언니의 입대 동기이자 나와 동명이인인 현지언니도 피크닉을 같이 가기위해 와있었다.
'Lake Tapps Park' 레이크 탭스 호수.
미군기지에서 차로 40분 가량을 이동해 도착했다.
와우!!!!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넓은 호수를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설산을 배경삼아 즐기는 호수 피크닉이라니..!!!!!!
우리는 집에서 가져온 텐트와 캠핑용 의자를 명당에 설치했다.
둘러보니 우리처럼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거나 선텐을 하거나 바베큐파티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간단하게 서브웨이로 허기를 채운 뒤 '미국까지 왔는데 호수에 안들어 갈 순 없지' 하는 마음으로 옷을 벗어던지고 수영복 바람으로 호수가에 첨벙 뛰어 들었다.
사실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많이 망설였었다.
이당시가 6월말에서 7월 초로 기억하는데 시애틀의 날씨는 가을과 여름을 합쳐놓은 듯 했었다.
가을처럼 시원한듯 차가운 바람과 여름같은 뜨거운 햇빛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물도 내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다.
잠시 수영하고픈 마음을 접어두고 있었는데 역시 이현지가 이현지 했다.
잠깐은 추웠지만 이리저리 첨벙이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호수에 물놀이를 하러 들어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첨벙이고 있다보니 나의 동지들이 생기더라 ㅎㅎ
호수 중앙에서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도 있었고, 저 반대편에 친구들끼리 놀러와 다이빙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다. 깜깜한거 싫어하고 깊은물은 무서워하는 겁쟁이 이현지지만 이까지 와서 호수 반대편을 안가보면 후회할 것만 같아 마음을 굳게 먹고 헤엄을 쳐 깊고 넓은 호수를 가로질러 갔다. (한국의 호수와 다르기 때문에 진짜 거리가 멀었다.)
반대편 호숫가에도 이 순간을 만끽하는 친구들이 보였다. 커다란 스피커로 감성 넘치는 노래를 크게 틀어 호수위에 띄워놓고 패들보드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거나 그냥 이 순간을 즐기는 듯한 표정으로 헤엄을 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뜬금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사람들의 감성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성이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한것 같기도 하다. 우리도 여름철 계곡에 놀러가면 아이들은 계곡 물로 뛰어들어 첨벙거리며 놀고, 어르신들은 펼쳐진 돗자리 위에서 불판에 삼겹살을 치이익 구워 막걸리 한잔을 걸치지 않는가.)
평소에는 햇빛이 싫어 급급했던 나였지만 이 분위기에 취해, 그리고 이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이 햇빛도 싫지가 않았다.
뜨뜻한 자갈에 누워 햇살을 받으며 이 순간을 그대로 느껴보았다.
'아~ 여유롭다'
한국에 있을때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여유였다.
고등학생때는 학교에 오전 일찍 등교해 야자가 마치면 저녁 9시였고,
고3때는 입시준비하느라 학원에서 아둥바둥 밤을 새웠으며,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졸업할때쯤은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돌이켜보면 크게 이뤄낸 것도 없으면서 무엇인가를 이뤄내기위해 여유따위는 느낄 새 없이 살았었다.
물론 10대와 20대때 자기 발전을 위해 시간을 쏟고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중요하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날 인생에 여유를 즐기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알아버렸다.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나 할까?
더 풍요로워진다.
이제껏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기 바빴고
해낸다기 보다는 쳐내기 바빴다는 표현이 더 맞는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빨리빨리 해쳐내야 했기에 무엇인가를 즐길 새도 없었다.
쉰다고 하더라도 쉬는것이 불안했고, 마음어느 한켠이 불편했다.
쉬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하긴 이렇게 멋있는 풍경앞에서 자연이 주는 감동과 따스함을 못 느끼는 것도 이상할 수 있겠네.
점심이 지난 시간쯤 하교를 한 청소년들끼리 우르르 몰려와 물놀이도 하고 비키니를 입고 썬텐을 한다. 누가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하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평상시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낮시간에 하교한 청소년들이 햇살을 받으며 대자연에 속해 삶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텐데...
이들도 분명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직장에선 직원으로서 사회에 속해 있을때는 그 역할에 충실히 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 시간은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 지인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여유롭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았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인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이들 같았다.
물론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이렇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봤던 사람들은 그렇더라.
이제껏 나에게 있어서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남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해야 할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남들에 비해 느리고 일이나 공부에 수행능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었다.
뭐든 과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삶에 있어 적당한 밸런스를 갖추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아주 최고다.
제대로 취하는 휴식은 아주 값지다.
휴식을 잘 해야 몸과 정신이 회복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이날 이 모든것들에 둘러싸여 진정한 여유로움을 맛보았다.
마음에 걸릴게 아무것도 없는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느낄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뜬금없지만 ㅎㅎ 사람은 싫어하고 안해보는 것도 한번 해봐야 그 편견이 깨지는 것 같기도 하다)
(추신 : 아! 그리고 이날 너무 심취한 나머지 휴대폰을 호수에 들고 들어갔다 ㅠㅠ 이럴수가 ㅠㅠ
다행히 물속에서 휴대폰을 찾긴 했는데, 두시간 가량 잠겨있었기에 아이폰 미니12 친구와 바이바이 작별인사를 했다. 한국에 들고와 복구를 시도해 보았지만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내 사진들 ㅠㅠ 다들 사진은 미리 옮겨놓으십쇼!! 그래도 이 담주 갔던 세금이 안붇는 포틀랜드라는 지역에서 사촌언니 찬스로 군인할인까지 더해 신상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었다! 아싸리~! 하지만 E심 이었다는 사실 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