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행의 8할은 사람이다.

윈도우 알프스 배경 레이니어산에 가다

by 현지랑께


역시 여행은 사람이다.

누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가서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내 여행의 질이 확 달라진다.

그래서 유독 시애틀하면 레이니어산이 생각나나보다.


시애틀에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곳이 한군데 있었는데

그게 레이니어산이었다.

무계획인 내가 도서관에서 여행책자를 보다가 마음에 콕 박힌곳이 바로 레이니어 산이었다.


시애틀 다운타운을 벗어나면 어딜가든 저 멀리 설산이 보이는데 바로 그 산이다.

언뜻 30분이면 도착할것 같지만 차를타고 2시간은 가야 만날 수 있는 산이다.


나의 바램으로 사촌언니와 출동했다.

조카가 어렸기에 트레킹은 혼자하게 되었다.

언니가 트레일 이름을 알려주며 표지판 따라 올라가라고 했지만

영어와 친하지 않은 나는 그 이름조차 까먹었다

그래서 앞 사람들을 따라 눈치껏 올라갔다.


와우~~! 스위스에 가본적은 없지만

이 풍경은 마치 알프스 같았다. 미국의 알프스!!! 와우 어메이징~!

감탄을 안할 수가 없었다. 진짜 감탄사만 백만번 한것 같다.

트레킹 초반부터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우면 도대체 정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뿔싸!!!

설산인지라 눈길이 시작되었다.

미끄러운 눈길을 올라갈때 '무서운데 그냥 내려갈까?' 하는 생각을 수만번 했다.

하지만 미국까지 왔는데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이왕 이까지온거 끝은 봐야한다는 생각으로 겁쟁이인 나는 얼음길을 기어서 올라갔다.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나를 앞질러가는 미국인가족이 도움을 주었다.

그 가정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오르막길을 올라갈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여러번 손을 잡아 끌어주었다.

딸이 있는 아버지여서 그런가 어려보이는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아둥바둥하는게 안쓰러웠나보다.

(안그래도 어려보이는 얼굴에, 커트머리까지 하니 나르 굉장히 어리게 본듯 하다.혼자만의 생각일수도..?풉)


그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얼음길은 통과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분명 앞에 놓인 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는데,

더이상 다듬어진 길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길을 잘못 들렀나??

다시 내려가려는 찰나

무거운 배낭을 매고 트레킹을하는 아저씨 두명을 만났다.

나에게 어디로 갈거냐며,

정상까지 오르막 눈길을 같이 가로질러 올라가자고 제안해주었다.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지만 내가 길을 잘못들어 다듬어진 길을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했다)

사실 그분들의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한명은 독일에서 왔고 한명은 인도에서 온 아저씨였다.

내가 눈길을 무서워하는게 보였는지

등산스틱을 내 손에 쥐어주고

한명은 앞에서 길을 이끌어주고 다른 한명은 뒤에서 내가 미끄러지지 않게 뒤쳐지지 않게 이끌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그분들의 고마운 에스코트 끝에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렇게 정상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아저씨들은 장시간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었나보다

산 정상에서 더 이어진 길을 묵묵히 다시 가더라.

우리가 헤어지기 전

독일인 아저씨가 산 위는 고도가 높기 때문에 썬크림 잘 발라야 한다며 썬크림을 건네주었다.

보부상 이현지는 가방에 대용량 썬크림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 썬크림 있어요!! 오케이!! 잘 바를게요!" 대답했다.

그리고 연신 "땡큐!"를 외쳤다.

내가 이들에게 이 고마움을 전할 방법은 "땡큐"라는 말 뿐이었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잘 했으면 뭐라고 더 고맙다고 했을텐데...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뭐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음... 땡큐 쏘오 마치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미국에 도착한 후 줄곧 사촌언니와 다녔기에

나 혼자 시간을 보낸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어려보이는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다니니까 무시하면 어떡하나

혹시 인종차별을 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편견과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친절함과 호의 덕분에 그토록 기대했던 트레킹을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다.


레이니어산이 나에게 아주 인상깊게 남아있는 이유는

대. 자. 연 ! 알프스같은 풍경도 한 몫 하겠지만

도움을 줬던 친절한 사람들과 신선한 상황들 덕분에 더 강력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어떤 등산단체를 만나 같이 눈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길을 모를때는 아무나 붙잡고, "아이 고 비지터 센터" 이 한마디를 했더니

본인들도 가는 길이니 따라오라고 하더라.

나 정말 영어 개똥으로 못하는데 산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다 잘한다고 칭찬해줬다 ...ㅎㅎ 에고 부끄러워라)

(아! 그리고 나를 보고 한국사람인걸 바로 알아보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눈길을 무서워하는 나를 보며 눈 처음보냐며고 한국이 사계절인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은 사계절이 다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냥 내가 눈길을 무서워하는 것일 뿐 ㅎㅎ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나야 당연히 한국인이니 한국에 대해 잘 알지만

한국에 대해 모르는 외국인이 이당시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모든것이 처음이었어서 그런가보다 ㅎㅎ)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레이니어산이다.

아저씨들이 우연히 카메라에 찍혔다 ㅎㅎ

오 예~! 즐가워예~!‘


https://youtu.be/x2a-ZqfaFcU?si=M0KQH02t0Jn1ZGOx

레이니어산 여행기가 담긴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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