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잘린 고양이의 용서(8)

그 동네 풍경

by 이채

강아지 몇이 우짖는 와중에 대문 너머로 펼쳐진 빨래 거리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성인 남자가, 첫째 아들의 어깨를 어깨동무하듯 감싼 채로 말한다. ‘내려오면 뭐 먹을래?’ ‘몇 시쯤이요?’ ‘네가 체력이 좋으면 금방이고.’ 짓궂은 웃음이 만면에 번진다. ‘어느 산이에요?’ ‘집 앞에 있는 저거.’ 둘의 목소리가 개 짖는 소리에 반복적으로 잠긴다. 무서운가 보다.

잠시 아비 품을 벗어난 아이가 남의 집 철창 앞에 선다. 목줄을 한 채 마당에 머무르는 애완견을 귀여운 양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자, 놈이 으르렁댄다. 한숨을 뱉은 철우가 돌아선다. 저만치 나가 기다리던 아버지가 멋쩍은지 간을 좀 본다. ‘차 타고, 먼 데로 갈까?’ ‘아니에요.’ 이대로 걸어 공원을 지나면, 동네를 곧 벗어날 터다.

서울 가운데서도 산과 가까운 거주지는 가격이 얼마일까? 소년은 성호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자존심일는지, 어머니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다지 도시적인 경치는 아니나, 그래서 더 비싸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의 설명에 따르면, 수도권치고 운동할 장소도 시설도 풍족한 모양이다. 물론 사람이 너무 자주 붐벼 배드민턴조차 쳐 본 적 없긴 하지만.

자연 친화적인 골목에 길고양이들이 즐비하게 돌아다닌다. 5년여 전까지만 해도 숨어 담배를 태우는 이들을 자주 보곤 하였는데, 마주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낡고 유서 깊은 건물도 보인다. 아래에 서 있다 치더라도 비도 피할 수 없을 얇은 서까래가 위태롭게 버틴다. 성호가 그걸 괜스레 한 번 손으로 더듬는다. 어린 시절 따라 손을 뻗어본 적이 많았다. 당시에는 키가 작아 도저히 닿을 수 없어 실망했는데, 이제 와서는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다.

산뜻한 아침 풍경을 아들과 걸어 지나치며 회한에 잠기는 아버지다. ‘저기가 어딘지 알아? 넌 기억나지 않겠지만, 네가 어릴 때…’ 뭐가 뿌듯한지, 쉴 새 없이 추억을 꺼낸다. 공원 앞에 새들이 지저귄다. 공공화장실에 다녀오겠다 알린 철우가 곧이어 변기에 앉아 피곤을 덜어낸다. 수도에 손을 씻고 털어 남은 물기 조금으로 얼굴을 한 번 닦는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 낮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일기예보는 본 건가?

세면대 앞에서 허리를 펴던 중, 뭔가 움직인다. 쥐가 분명하다. 소년은, 잠시 응시하던 바닥을 밟고 문을 나선다. 아비의 처진 배낭이 보인다. 하늘로 손을 펼쳐본다. 그러나, 지금 너무 맑다. 누가 벤치 앞에 모이를 뿌렸는지, 참새들이 한창 식사 중이다. 이를 구경하고 있는 또 다른 어른을 발견한다. 아는 사람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철우구나.’ ‘네.’ 후두둑, 비가 조금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