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모르면 뒤처진다

반도체는 현대 문명의 엔진이다.

by 최우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를 흔히 철강의 시대라고 부른다. 철강은 산업혁명 이후 모든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철도와 교량, 자동차, 군함, 비행기, 공장, 그리고 도시의 고층 건물까지. 국가의 국방력, 경제력, 기술력은 철강 생산 능력에 의해 결정되었다. 당시 철강은 곧 ‘국가의 힘’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1900년대가 철강의 시대였다면, 21세기 오늘날은 어떤 시대일까? 단연 반도체의 시대다.



우리는 왜 반도체를 알아야 할까?



첫 번째, AI 시대이기 때문이다. Chat GPT, Gemini, 자율주행, 로봇, 이미지 생성 기술까지, AI는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고, 앞으로 그 범위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장될 것이다. 이 모든 AI 기술은 반도체 위에서 돌아간다. 반도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AI 시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째, 반도체 없이는 어떤 제품도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냉장고, 카메라처럼 우리가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단순해 보이는 음료 캔조차 반도체와 무관하지 않다. 음료와 캔을 생산하는 공장은 자동화 설비로 움직이는데, 이 설비에는 센서, 제어 장치, 컴퓨터 시스템 등 각종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즉, 제품 자체에 반도체가 없더라도, 그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반도체 기술이 존재한다. 반도체는 현대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엔진’이다.



세 번째, 반도체는 국가 경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2024년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 전체 수출의 20.8%에 해당한다. 대만에서는 TSMC가 국가 전체 수출의 약 12%를 담당한다. 단 한 기업이 국가 경제의 10분의 1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도 크게 흔들린다. 반도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 산업이다.



네 번째,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AI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단순히 AI 알고리즘만의 문제가 아니다. AI를 구현하려면 반도체가 필요하고,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장비·소재·부품 등 복잡한 공급망이 필요하다. 오늘 세계는 석유가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을 기준으로 힘의 균형이 결정된다. TSMC·ASML·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멈춘다면, 세계 기술 산업 전체가 멈춰버린다. 2008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적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



다섯 번째, 반도체는 모든 기술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로봇, 우주항공, 데이터센터, 국방 시스템, 양자컴퓨터까지 현대의 첨단 기술은 모두 반도체 위에서 작동한다. 어떤 분야로 진출하든 반도체를 이해하는 사람은 기술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공통분모다.



여섯 번째, 투자에서 반도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TSMC, ASML, AMD,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S&P500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장을 이끄는 핵심 축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도 반도체 산업 구조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반도체는 현대 문명과 미래 기술을 동시에 움직이는 기반이다. 이는 전공자나 업계 종사자만을 위한 전문 지식이 아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기본적인 수학과 과학을 배우듯, 반도체 또한 그만큼은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처럼 반도체 기술의 핵심에 서 있는 나라에서조차, 반도체를 교양 수준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적다. 심지어 반도체를 공부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회로 계산이나 공정 공식에는 익숙하지만, 그 기술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산업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경험 속에서 나는 ‘반도체 기술의 큰 그림’을 쉽게 설명하는 교양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반도체 기술의 원리부터 산업 구조, 글로벌 공급망과 지정학까지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많은 학생이 의대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시대에, ‘의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히 알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연구, 개발, 설계, 제조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명확히 떠올리기 어려워한다. 만약 이 복잡한 기술과 산업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낼 수 있다면, 가장 중요한 산업인 반도체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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