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취직보다는 대학원에 가고 싶은 이유-下

돈으로 환원할 수 없는 가치들

by 최우준

시계열을 길게 본다면, 대학원이라는 선택지는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여러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석사, 나아가 박사 학위를 받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1.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간

대학원 과정은 무에서 유의미한 유를 창조하기 위해 훈련하는 기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사회에 나와 창업, 취업 등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의미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내가 서브웨이 직원이고 새로운 샌드위치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하자. 빵의 종류부터 채소, 소스, 고기 등 무엇을 조합해서 만들지, 원재료를 어디서 매입할지까지 고려하고, 식품인증까지 받아야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다. 어떤 분야를 연구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논문으로 발간하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샌드위치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서 샌드위치가 아닌 떡볶이, 햄버거, 케이크 등 다른 제품을 만들더라도 한번 완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2. 학위가 가져다주는 인증

대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훗날 취업을 할 때 무엇이 필요할지 궁금해서 ASML이라는 기업의 설명회를 들었다. 이공계열이 아닌 분야는 모르겠지만, 이공계 분야는 특정 직군을 지원할 때 "석사 학위 이상"과 같이 최소한의 지원 기준을 요구했다. 학부만 졸업한다면 그 직군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취득한 의사, 변호사 면허는 미국, 호주, 유럽 등의 면허와는 다른 면허이다. 그러나 석사, 박사와 같은 학위는 세계 어딜 가든 석사, 박사이다. 한국에서 박사를 했다고 "한국 박사"가 아니라 "Ph.D."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가 공인하는 Certification을 보유하게 된다. 운전면허 말고 세계가 모두 인정해 주는 그런 종류의 "인증"이 또 있을까?




3. 내가 연구하는 분야의 네트워크 형성

30대 중반이 되면 미국으로 나의 커리어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학연, 지연, 혈연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비교적 능력을 중심으로 채용하려는 제도가 자리 잡았지만, 미국은 인맥의 힘이 훨씬 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직군을 채용할 때 한국처럼 공채의 과정을 거치기보단, 지인의 추천서를 받고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 과정 동안 많은 세미나, 학회 등을 참여할 텐데, 그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4. 극한의 과정을 거치며 능력의 극적인 향상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나의 능력을 초월했던 경험을 하곤 한다. 고3 때 대입을 준비한 시기일 수 있고, 고시, 취업 준비 등 다양한 경험들이 각자에게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러한 강렬했던 경험은 중3 때였다. 나에게 중3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생존을 위해 준비하던 시간이었다. 고등 수학과 과학 전 과정을 공부하고, 중학교 내신도 챙기면서 학교생활도 하고, 올림피아드와 각종 경시대회를 준비하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능력을 빌려와 초월한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시기를 거치면 나의 능력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이 시기의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데, 그 감정은 대학원 시기에 나의 의지와 외부 환경이 합쳐져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아직 대학원 생활을 직접 겪어보진 못했다. 이 글은, 다만 「대학원생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과 주변 대학원생들의 경험을 보며 내린 결론이다.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다. 그렇지만 훗날 대학원에 간 내가 이 글을 읽으며 ‘그때의 생각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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