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위, 내 아래로 집합
군 입대를 한지도 어느덧 1년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군대가 기본적으로 2~3년 이상이었던 옛 선배님들의 입장에서 아직 한참 '짬'이 모자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군대는 육군 1년 6개월, 공군 1년 9개월이다. 나는 공군에 군 복무 중으로 조금은(?) '짬'이 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군대에선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군생활처럼 폭력이 있고, 온갖 부조리가 난무하던 그런 군대상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부조리는 많이 남아있었다. 내가 신병으로 입대했을 때도 그랬다.
내가 겪었던 가장 큰 부조리는 '너 위, 내 아래로 집합'이다. 아마 부조리가 사라진 요즘 군대에서는 거의 없겠지만, 우리 부대는 이런 부조리가 남아있었다. 이병이나 일병 한 명이 잘못을 하면, 자기 기수 위부터 부조리를 시키는 선임의 아래 기수까지 싹 다 불러서 혼나야 했다. 혼나는 이유도 참 다양했다.
자기 눈에 경례자세가 이상하다든지, 인사 목소리가 작다던지, 자기가 마신 콜라가 사라져서 범인을 찾기 위해서든지 등등 수 없는 이유를 갖다 붙여서 혼내곤 했다. 가끔은 왜 혼나는지도 모르고 집합을 당할 때도 있었다. 진짜 잘못을 했으면, 따로 불러 혼내거나 하는 방식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런 말을 할 엄두조차 못하던 일이병이었다.
가장 난처했던 상황은 일병 1,2호봉 때 병장들이 집합을 하면 일병부터 상병까지 모두 집합을 당한다. 그러면 일병 1,2호봉들은 상병, 일병 선임들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다!
집합을 당할 때마다 나는 고참이 되어서 부조리를 모두 없애버릴 거라고 다짐하곤 했다. 나의 동기들도, 근기수 선임들도 모두 이런 부조리 문화를 없애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부대의 고참이 되었다.
부조리를 하던 병장, 상병들이 전역을 하면서 부조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부조리 문화를 없애자고 다짐한 기수들이 채우게 되었다.
곧 병장을 달고, 생활관장직(육군의 분대장 역할)을 맡은 나는 후임들도 존중을 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일이병 시절 가장 서러웠던 것은 존중의 부재였다. 같은 부대 내 다른 대대 사람들은 선후임들끼리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대대는 일이병이 존중받는 문화가 아니었다. 그저 일꾼으로 취급받았었다.
남은 군생활 동안 소중한 20대의 2년을 보내는 장소를 가치 있는 일에 투자했다는 마음이 남을 수 있게 보내려고 한다. 짬이 좀 차고선 그 시절 기억이 추억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집합당할 때의 분위기와 이유를 생각하면 화가 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