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들어가는 연료로 어떤 게 있을까요? 휘발유, 경유, LPG가 제일 흔하고, 요새는 전기 에너지가 자동차 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됐죠. 지구온난화 때문에 탄소배출 제로를 외치고 있거든요.
그런데 수십 년 전 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앞섰죠. 지금 생각해보면 “와, 이걸 연구했다고? 목숨이 여러개인가?” 싶어요. 핵 연료를 차에 넣으려고 했거든요.
가만 생각해보면 이걸로 발전소도 짓고 하니까 어찌어찌 될 것 같긴 한데…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오늘 이야기는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냉전 시기가 오자, 미국과 소련은 서로 경쟁하듯 핵 연료를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우라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 났기 때문에 거의 만능으로 여겨졌거든요. 우라늄 1그램만 있으면 석탄3톤 정도의 열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전기로 바꾸면 한 가정이 10년 동안 쓸 전기가 나올정도죠.
아무튼 이렇다보니, 소련에선 탱크에 작은 원자로를 올려놓은 TES-3라는 차를 개발했습니다. 시베리아 황무지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당장 쓸 전력을 끌어오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미니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기로 한겁니다.
실제로 1.5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돼서 폐기처분을 해버립니다. 따지고 보면 핵 발전으로 얻은 에너지를 차에 사용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차 위에 얹을 생각을 했다는것 자체가 놀랍죠.
비슷한 시기 미국에선 핵 연료를 탱크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TV-8 이라는 실험용 탱크였는데, 이걸 연구하던 곳이 크라이슬러였어요. 처음엔 300마력짜리 가솔린 엔진을 달았는데, 나중엔 미니 원자로를 넣으려고 했습니다.
원자로에서 나온 열로 증기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려고 한 거죠. 하지만 만들기 어렵고 방사능 위험 때문에 현실성이 없어서 딱 한 대만 만들었어요. 만약 이게 성공했다면 참 살벌했을 거예요.
한편 미국의 포드사에서도 핵 연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한 술 더 떠서 승용차에 넣으려고 했어요. 이것 역시 50년 대 말에 생각한 건데, 차 뒤에 소형 원자로와 증기 터빈을 넣어서 무한 동력을 꿈꾼거죠.
이 차는 ‘뉴클레온’이라 불렀는데, 이론상 우라늄을 보급하면 8천 km나 갈 수 있다고 홍보 했습니다. 하지만 방사능을 막으려면 방사능 차폐막을 덕지덕지 발라야 해서 결국 실제 생산까지 가져가지는 못했죠.
이렇게보면, 전부다 완성도 못하고 상상으로 끝난 차들이 많죠? 이건 당연한 겁니다. 방사능이 인체에 닿으면 큰일나는데, 의미가 없잖아요?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이 발달해서 알아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는 더욱 명확했습니다.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처럼 규모가 크지 않으면 넣을 수 없던 거죠.
특히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난 후에는 핵 연료를 차에 넣어보겠다는 말이 쏙 들어가 버려서 민간에서는 볼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주탐사용 차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여기엔 원자력 전지가 들어가요. 이게 뭐냐면, 핵 연료에
서 나오는 열만 가지고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입니다. 원리를 짧게 살펴보면,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에서 발생한 열이 열전쌍(thermocouple)으로 가면, 열전쌍을 이루는 금속들 안의 전자들이 열운동을 하면서 온도차가 생기게 됩니다. 이 때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거죠.
이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인 예시로 화성탐사 차량인 큐리오시티가 있습니다. 소형차 만한 크기의 무인 탐사 차량인데 플루토늄 배터리가 들어가서 태양광 발전에 의지할 필요가 없죠.
자, 그렇다면 핵 물질을 이용한 다른 이동수단은 없을까요? 사실 없다고 보는것이 맞습니다. 원자력 전지를 빼면 대부분이 “이런 게 나오면 좋겠지?”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특히 핵 연료를 사용하려는 차들은 원자로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해도 사고가 나면 방사능 유출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미니 원자로를 만든다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상용화 하기 어렵죠.
하지만 이런 상상과 연구 개발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과학 분야에 영향을 끼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미래엔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