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참된 운전 재미는 수동변속기 차량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면허를 딸 때쯤엔 “남자는 수동이지!”라는 말을 듣고서는 자연스레 1종 보통을 따냈습니다. 자, 이제 수동 차량만 있으면 드디어 저도 그 참된 운전 재미가 뭔지 알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런데... 아직 수동으로 뽑을 수 있는 새 차가 있을까요?
2022년 5월 현재, 수동변속기를 달수 있는 차들을 추려봤습니다.
① 현대자동차
현대에서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는 대표적인 차종은 아반떼입니다. 애석하게도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 아반떼 노멀 모델에서는 수동변속기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해 출고할 수 있는 차량은 아반떼 N-Line 모델부터입니다.
N-Line의 최하위 트림인 모던 트림에서 6단 수동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고, 보다 운전 재미와 성능을 강조한 아반떼 N에서도 6단 수동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N의 조상님, 벨로스터 N에서도 6단 수동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승용 모델에서는 이게 끝입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상용모델 성격이 강한 스타리아나 포터 2에서는 여전히 6단 수동을 고를 수 있습니다.
② 기아자동차
기아 쪽은 더 심각합니다. 경차 모닝을 포함해 모든 승용 모델에서 수동변속기를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봉고 3 혼자 기아차의 수동계보를 잇고 있네요. 많이 커도 괜찮으시다면 그랜버드...? 죄송합니다.
③ 르노 코리아
예... 없습니다...
④ 쉐보레
수동변속기와 가장 상성이 좋은 경차! 쉐보레 스파크에서는 5단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 메이커에서 최하 트림에만 수동변속기를 남겨두는 추세인데, 스파크는 전 트림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풀옵션 수동의 꿈! 스파크에서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 모델 중 수동이라면 재미있을 콜로라도나 카마로에 수동변속기 옵션이 없는 것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⑤ 쌍용자동차
아주 오래전, 보그워너제 수동변속기로 무쌍을 찍고 다니던 쌍용, 따스하던 그때를 추억하듯 두 대의 차에 살포시 수동변속기를 남겨 두었습니다. 우선, 국산 픽업의 대표주자 렉스턴 스포츠에 수동 변속기를 남겨 4륜 픽업에 적합한 활용도를 갖췄습니다. 다만, 좀 더 유용할 것 같은 렉스턴 스포츠 칸에 오히려 수동변속기가 없는 것은 이상한 부분이네요.
한편 소형 SUV 시장의 개척자, 티볼리의 하위 트림에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소형 SUV 중 유일하기에 좀 더 특별하다고 생각됩니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딱 이런가 봅니다.
이런 이미지가 박힌 만큼, 수동 수입차는 국내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수동 차 수요가 적은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죠. 더군다나 수동 차를 들여오려면 그것에 맞게 차량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니 경제적인 문제도 더해 여러 수입사에서는 도무지 수동 모델을 국내에 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수입 수동 차의 명맥을 잇던 게 토요타 86뿐이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 GR86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 워낙 마니악한 차량이다 보니 수동을 기대해 볼 법도 합니다.
해가 갈수록 수동 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대로 찾아온 전기차 전환기와 정체가 빈번한 국내 도로 사정에 불리하다는 점 등의 단점이 수동변속기를 과거의 유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죠. 더군다나 이번 취재 중 벌써 대중적인 승용차량엔 수동변속기가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수동 마니아로서는 참 슬픈 일입니다.
아직까지야 운전 재미의 영역으로 일부 펀카에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만, 언젠가 모든 차가 전기차가 되는 날, 수동변속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차량이 굴러가는 원리를 알려주는 수동 변속기로 시작해야 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제 지론도 내려놓을 때가 되겠지요.
수동 변속기 멸종의 시대, 여러분의 마지막 수동 차량은 무엇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