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운전 중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일이 있다. 차로 변경 도중, 분명 시야에 없던 차 한 대가 지나가는 바람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일부는 가로등이 많아 잘 보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물론, 차가 주변에 있는지 실루엣 정도는 알 수 있으나 정확한 거리감이나 물체 인식이 어렵다. 심지어 가로등이 많아도 뒤늦게 스텔스 차량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불빛 하나 없는 지방 고속도로/국도 등지에선 더더욱 위험하다.
운전자들은 스텔스 차량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특히 왼쪽 등화류 레버 끝을 Auto로 돌리기만 해도 해결될 문제를 ‘몰라서’ 못하거나 ‘귀찮아서’ 안 하는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스텔스차가 생기는 원인으로 기상천외한 이유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 잘못이 아닌 다른 사람 혹은 주변 환경을 핑곗거리로 삼기 때문에 동정할 만한 여지는 없다.
우선 대리기사를 내세우는 타입이 있다. 운전자는 항상 오토 라이트 기능을 켜뒀으나, 대리기사가 내릴 때 오프에 뒀다는 주장을 한다. 즉, 오프로 둔 사실을 몰라, 스텔스 상태로 도로로 나섰다는 의미다.
한편 헤드램프를 수동으로 조절하다 깜빡했다는 주장도 있다. 평소 수동 모드로 직접 켜고 끄는데, 여름에 해가 길어져 깜빡했다는 주장이다.
그밖에 정비를 맡겼는데, 정비사가 헤드램프 모드를 건드려, OFF에 두는 바람에 몰랐다는 변명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기계식 주차장도 스텔스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계식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다. 차를 주차 엘리베이터로 이동시킬 때 제대로 진입하는 중인지 확인하려는 용도다.
DRL만 점등 돼도 눈부시다. 문제는 헤드램프 조명이 반사된다. 눈부심 현상과 거울에 의한 빛 번짐 때문에 차 앞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전조등을 임시로 OFF 상태에 두고 주차를 하게 된다. 이후 출차 시 전조등을 켜는 것을 잊고 그대로 나오게 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문제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심지어, DRL(주간주행등)까지 끄고 싶다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정부가 스텔스차 근절을 위한 규정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25년도 이후 생산되는 신차부터 헤드램프와 미등을 OFF 상태로 두지 못하게 강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운전자의 자율에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조등을 점등하는 방법은 매우 쉽다. 면허증이 없는 초등학생에게 알려줘도 10초면 기억할 수준이다. 주행하기 전 5초면 충분하다. 전조등 조작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야간 도로 안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