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따고 첫 차는 중고차로 아반떼, 소나타, 스파크가 국룰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쉐보레 스파크는 GM대우 시절의 ‘마티즈’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했고, 여러 가지 도시 전설을 남긴 차였다. 경쟁차인 모닝과 레이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경차 시장의 부동의 1위였다.
작기 때문에 날렵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어서, 좁은 골목길도 쉽게 지나가고, 잠깐 마트 갔다오기도 좋고, 애들 픽업하기도 좋아서 엄마들의 동네차로 애용되기도 했고, 큰 차를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초보 운전자들에게 가장 좋은 차였다.
GM의 대변인은 8월을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서 쉐보레 스파크의 판매를 중단할 계획을 밝혔다. 점차 인기가 줄어드는 스파크 대신 소형 SUV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쉐보레 스파크의 북미 가격은 1만 3,600달러(약 1,776만 원)로 미국 시장에선 아주 저렴한 축에 속하는 차다. 그렇지만, 2015년 신형 모델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큰 업데이트가 없었다.
쉐보레 스파크는 한국의 창원공장에서 전량을 생산해 국내 판매 및 수출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파크가 국내 생산 제품이니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 중요한 경차다. 그런데 2021년 스파크의 내수 판매 대수는 1만 7,975대, 수출 물량은 1만 6,229대였다. 각각 2020년 대비 37.9%, 72.2% 줄어들어 북미에서 경쟁 모델인 닛산 베르사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베르사가 2021년 신형 모델로 거듭나면서 스파크의 미국 시장 입지는 더 좁아졌다.
스파크의 국내외 경쟁력 약화와 함께 한국GM의 라인업 및 생산성 개편도 스파크의 입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포함한 2종의 글로벌 전략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이미 부평 1공장에서 생산 중이니 차세대 CUV는 자연스럽게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창원공장에 새 도장공장을 짓는 등 신형 모델의 생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와는 반대로, GM이 스파크를 빠르게 단종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캐스퍼와 레이의 페이스리프트 등 신모델이 투입되면서 슬슬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경차 시장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GM 노조가 2021년 교섭에서 스파크의 생산 연장을 요구했고, 이에 사측은 신차 양산 계획에 지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스파크는 적어도 차세대 CUV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CUV 출시 이후에도 계속 생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인데, 특히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이라 창원공장에서 만들 차세대 CUV 또한 수출 물량을 여유 있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창원공장은 스파크를 단종하고 차세대 CUV 생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산 경차 중 비슷한 포지셔닝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기아의 모닝이다. 모닝의 가격은 1,175만 ~ 1,540만 원으로 쉐보레 스파크의 977만 ~ 1,487만 원과 비슷하고 해치백 스타일도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차박이나 캠핑 등 요즘 대세를 따르고 싶거나, 공간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면 기아 레이의 새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괜찮다. 지붕이 높은 디자인 덕분에 실내 공간이 상당히 넓게 느껴지고, 슬라이딩 도어로 인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현행 모델의 가격은 1,305만 ~ 1,580만 원으로, 앞모습을 바꾼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격이 비슷하다면, 고려해 봐도 좋다.
마지막 대안은 경차 중 유일한 SUV인 현대 캐스퍼다. 캐스퍼의 가격은 1,375~1,960만 원으로 경차들 중에는 비싼 편이지만, 가장 최신형 모델이기에 옵션을 더하기에 따라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액세서리를 붙여 입맛대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이 MZ 세대에게도 인기다.
국민차 티코의 단종 이후 마티즈라는 이름이 스파크로 이어졌다. 국민경차로 유명했던 스파크의 미래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정말 올해로 끝이 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