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라 해도 시동이 걸리고 움직이는 순간 잔존가치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잔존가치란 타던 차의 남은 가치, 즉 중고차 가치를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국내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서 공개한 분석 결과가 화제다. 2년 가까이 타도, 잔존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 차는 어떤 차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카니발은 기아에서 만든 국산 대형 RV 차량이다. 국내에는 마땅한 적수가 없어 미니밴으로서는 최고의 인기 모델이다. 카니발은 자료에서 잔존가치 94.86%를 기록하며 전체 순위 4위에 올랐다. 참고로 비교 대상이 된 차량은 2.2디젤 9인승 시그니처 모델이다.
카니발의 매력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9인승 모델은 6인 이상 탑승 시 버스전용차로 주행이 가능하다. 단체 여행을 갈 때 인원만 맞다면, 정체 걱정 없이 쭉 내달릴 수 있다. 4기통 2.2 디젤 엔진을 장착한 이 차량은 자동 8단 변속기와 결합해, 최고 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kg.m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같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카니발은 외부에선 디젤 엔진 특유의 사운드가 들리지만, 실내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앞 유리 포함 좌우 1열 도어에 이중 접합 차음 글라스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싼타페는 디젤차는 시끄럽고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편경을 깨준 차량이다. 싼타페는 현대차의 중형 SUV다. 잔존가치로는 95.16%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데이터에 사용된 차량은 2.2 디젤 2WD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2.2 디젤 엔진이 적용된 순위 속 싼타페는 습식 8단 DCT 변속기와 함께 변속과 더불어 연료 효율성을 높여준다. 저속에서 고속구간으로 진입해도 변속 충격 없이 가볍게 진입하는 싼타페는 최고 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kg.m로 4위를 기록한 카니발과 성능이 같다. 다만 두 차량의 공차중량이 카니발은 2040kg, 싼타페는 1770kg로 270kg정도 차이가 나는 점과 주행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두 차량의 엔진 성능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4세대 출시 이후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늪은 판매 실적을 내고 있는 쏘렌토, 인기는 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판매량의 절반 가까지 책임지며 지원 사격을 하는 디젤 모델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2 디젤 2WD 시그니처 모델이 대상이 된 쏘렌토는 96.12%라는 잔존 가치를 기록했다.
파원트레인은 앞서 언급된 싼타페와 카니발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2.2 디젤을 사용했다.
따라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 데이터가 동일하다. 동일하게 적용된 8단 DCT 변속기의 경우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되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었음에도 높은 잔존가치를 기록했던데는 4세대로 접어들면서 적용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성을 더욱 높였다는 점이 컸다. 덩치가 클수록, 무거울수록 차체 강성이 승차감과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데, 쏘렌토의 세련된 파워트레인과 단단한 차체가 과속방지턱, 굽이진 길에서도 충분한 신뢰감을 준다.
잔존가치 1위는 무려 98.79%룰 기록한 제네시스 GV80이었다. GV80은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준대형 SUV다. 패밀리카로 특히 4050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 끌고 있다. 데이터 속 비교 대상이 된 차량은 3.0 디젤 AWD 모델이다.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이 들어간 GV80은 최고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kg.m의 성능을 갖췄다. 복합 연비는 11.8㎞/ℓ다. 고급스러운 내외관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사양,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GV80은 대형 세단인 ‘G90’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어갈 기함급 SUV 역할을 맡고 있다.
SUV가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가 잘 되는 점도 있지만, 이번 결과는 여전히 진행 중인 신차 출고 대기 기간 지연으로 중고차 수요가 늘어난 것도 어느 정도 유효타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수급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누적 판매량으로 인해 출고 대기 기간 단축이 당장에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 SUV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번에 나온 잔존가치 순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