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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Oct 04. 2022

“다시 돌아와 주라” 그 시절 비운의 현대 고급 SUV

현대자동차 최후의 프레임 타입 SUV 이자 준대형 SUV 테라칸. 2001년 출시되어 2007년까지 6년간 생산되었지만, 하필 쌍용 렉스턴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며 그 아성에 번번이 가려졌고, 가치를 미처 인정받지 못한 채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었다.


비운의 SUV 테라칸은 10만 5천여 대라는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들에게는 ‘테라칸’이 단종되기 전 남기고 떠난 오프로드 DNA가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듯 하다. 오늘날까지 도로에서 간헐적으로 볼 수 있는 테라칸은 대부분이 오프로드 타이어에 인치업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오히려 이쁘고 묵직해 보이는 테라칸인데, 그 시절 테라칸은 어떤 차였을까?


테라칸은 렉스턴에
지워지곤 했다

테라칸은 출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고급형 보디 온 프레임 SUV를 지향했으나, 정작 출시되자 당대에서도 시대에 맞지 않게 뒤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기존 갤로퍼 오너들을 렉스턴으로 대거 이동하게 만든 장본인 격 차종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라칸은 사실 90년대 중반에 개발되어 1997년에 이미 디자인이 완성되어 있던 차량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맞물리며 제때 데뷔하지 못하고 2001년에 와서야 출시된 것이다. 현대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과 신규 고개 모두를 놓쳤지만 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혹평이었다.

 내 외관 디자인은 렉스턴을 비롯해 싼타페, 쏘렌토는 물론, 오히려 전작인 갤로퍼에 비해서도 심심해졌다는 의견이 많을 정도였다. 각진 외관은 렉스턴에 비해 세련되지 못했고, 헤드라이트 및 테일 램프 디자인도 다소 투박했다. 허나, 후미등 같은 경우는 2004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디자인이 개선되어 소비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었다.


반면 라이벌이었던 렉스턴은 유선형 디자인의 좋은 예로 뽑을 수 있을 만큼 모난 곳 없이 유려하고 덩치에 비해 비율도 날렵했다. 실제로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고 그 해 굿디자인 어워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무엇보다 당시 테라칸과 렉스턴이 고급 SUV를 지향한 만큼 주요 구매 고객 층은 부유층이나 고위직이 많았다. 하지만 테라칸과 렉스턴의 인테리어 구성과 재질감을 비교해 보면 테라칸이 다소 뒤처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옵션뿐만 아니라 렉스턴은 체어맨의 실루엣을 따온 쥬지아로의 디자인이었다. 따라서 체어맨의 고급스러운 감각이 어느 정도 SUV에 녹아들었지만, 테라칸은 애초부터 갤로퍼의 후속격으로 나온 모델이라 말 그대로 SUV 본연의 형태에만 충실한 감이 있었다. 심지어 이러한 투박한 감성을 주는 SUV 본연의 형태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력 성능까지 떨어지며 많은 부분에서 렉스턴에 밀리고 말았다.

초기 테라칸의 직렬 4기통 2.5L 디젤 엔진은 갤로퍼 때 얹은 엔진을 개량한 버전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고 연비도 안 좋았다. 상위 트림에는 에쿠스에 얹던 V6 3.5L 가솔린 엔진을 더해 상급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SUV에는 디젤이라는 인식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테라칸 리스토어 

커뮤니티 캡처
커뮤니티 캡처

기본적으로 테라칸은 튼튼한 프레임 및 차체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프로더의 DNA를 갖추고 있었다. 2004년부터 블랙플러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존 ‘기아 J3’ 엔진의 출력을 170마력에서 4마력 정도 높은 174마력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동급 최강의 자리를 차지한 적도 있다.

©다키포스트

의외로 테라칸은 단종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비판받던 테라칸의 각진 디자인이 시간이 흐를수록 클래식한 감성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광활한 휀더 하우스 덕분에 광폭 타이어 장착과 인치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로드 용으로 튜닝했을 때 외관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많다. 또한 갤로퍼와는 달리 DPF를 추가적으로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테라칸 리스토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올 블랙 또는 올 화이트로 튜닝된 테라칸이 가장 이쁜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 건강한 리스토어 문화 속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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