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지난 6월은 운전자들에게 최악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료비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초,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138원을 찍더니, 믿었던 경유 가격까지 2,228원이라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가격을 기록했다.
다행히 최고치를 찍었던 6월 말 이후 가격은 가격은 떨어지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며 휘발유와 경유의 국내 가격이 점점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15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66.95원, 경유는 1,828.02원으로 여전히 중 후반 대에서 기록 중이지만 이미 큰 홍역을 치웠던 만큼 실제 운전자들은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없이 오르던 유가가 하락세를 보인 주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 정책과 국제 석유 제품 가격 하락의 시기가 공교롭게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1,828.02원', 2000원을 넘어섰던 전과 비교하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더 떨어지지 못하고 주로 머물러 있는 1,800원대의 가격이 지속될 경우 부담스러운 건 매한가지다. 때문에 지금보다 경유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가진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경유 가격이 떨어질 희망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NO에 더 무게가 쏠린다. 오히려 인상될 여지만 당장에 3개나 있다. 먼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경유 가격 상승세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와 이란과의 핵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국제 유가 인상을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최신 상황과 겨울로 접어드는 날씨 역시 시세가 오르는데 한몫하고 있다. 러시아 의존율이 높던 천연가스에 빨간불이 켜지고, 대체 자원인 경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원래 경유가 휘발유가 더 비싸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휘발유는 주로 차량용으로 사용하지만, 경유의 경우 차량, 농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요가 많은 만큼, 단가 역시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한해 경유가 휘발유 보다 저렴했다.
이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경유에 세금을 적게 부과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70~80년대 경제성장 시기에 중장비와 발전기 등 산업 발전에 필요한 요소에 경유가 들어가자 정부는 세금을 적게 매겼고 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 반면 이 당시 주로 일반 승용차에 사용되던 휘발유는 ‘승용차=사치품’ 인식되어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었다.
그렇게 휘발유에 국내에선 휘발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유값이 더 싸졌고, 정부가 이번에 유류세를 30% 정률로 인하하자 휘발유에 붙었던 세금이 경유 세금보다 더 많이 줄면서 이것이 가격 역전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내년이다. 최근 국회를 최근 통과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속 유류세 인하 폭에 따라 50%까지 확대하면, 경유 가격이 지금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세금 정책 외에도 최근 국내 경유 가격이 비싼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것’을 이유로 추가 언급했다. 바로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이다. 여기서 ‘정제 마진’이란,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 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라고 해도, 보통 정유사들은 줄어드는 수요를 반영해 판매가 인상 폭을 조절한다. 이 경우에는 정제 마진이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의 수급 혼란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충격이 경유 가격에 갑작스럽게 반영되면서 정제 마진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국내 주유소들은 이렇게 상승한 글로벌 유가 지표를 그대로 국내 경유 판매가에 반영했고, 그 충격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물론 일시적이겠으나, 국내 정유사들은 유럽발 경유 수급 불안 덕에 쏠쏠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100% 사실이라면 이미지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 업계 역시 입장을 내놓았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마진을 붙이는 건 맞으나, 그렇다고 ‘과도한’ 마진 붙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유로는 “주유소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80~90%를 경유가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최근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이 오른 이유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국제 경유 가격 상승효과가 휘발유에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좀처럼 수습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유 가격, 상황이 더 길어지면 결국 답은 하나로 좁혀질 수 밖에 없다. 바로 경유차 단종이다. 어차피 2030년 이후엔 판매를 중단하는 마당에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은 경유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이는 판매량 저하로 이어져 디젤 차량이 2030년 보다 조기에 대거 단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경유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고 신차 수요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제조사만이 아니라 정부에서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