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그 자체만으로 육중한 차체와 압도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대형 SUV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커스텀 빌더인 ‘레즈바니 벤저스(Rezvani vengeance)’는 일반적인 에스컬레이드가 심심했던 모양이다. 에스컬레이드를 가지고 온라인 게임에서나 볼법한 밀리터리 XUV(Xtreme Utility Vehicle)를 탄생시킨 것이다.
레즈바니 벤저스는 정체성이 뚜렷한 업체다. XUV 즉, 극한의 유틸리티 차량을 표방한다. 지금껏 다수의 차량을 탱크 같은 근육질의 밀리터리 차량으로 개조해왔다. 실제로 ‘탱크’라는 모델명을 가진 커스텀 모델도 있었다. 지난 2017년과 2019년, 지프와 협력해 개발한 1, 2세대 탱크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탱크가 공개되자 여러 해외 매체들은 ‘핵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가 타야 할 차’라고 소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 레즈바니가 캐딜락의 기함 SUV 에스컬레이드를 기반으로 7인승 XUV를 제작한 것이다. 이름은 ‘벤저스’로 지었다. 스텔스 그레이 컬러의 기본 외관에서는 기존 에스컬레이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훨씬 비대해졌다. 35인치 오프로드 타이어로 감싼 22인치 휠을 비롯해 두터운 차체 패널을 덧붙였다. 전면의 후드와 범퍼, 휀더는 모두 방탄 군용차를 연상하게 만든다. 강절 범퍼 안의 묻혀있는 가느다란 LED와 날렵한 라인의 헤드라이트, 보닛에 설치된 LED 조명은 상단 루프의 LED 바와 연결된다.
사진 속 벤저스는 탑승자의 시야가 확보될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창문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측면 역시 루프라인과 도어가 한층 두터워졌으며 리어 휀더부터 리어 엔드까지 창문 없이 연결된다. 후면부에는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와 함께 테일 램프를 대신하는 라이트바가 상단에 장착되었다. 이미 충분히 투박하고 거친 외관이지만 보다 더 극한을 원한다면 방탄유리뿐만 아니라 20가지 이상의 보안 기능이 추가된 9만 5000달러(약 1억 3,300만 원) 짜리 밀리터리 패키지를 주문할 수도 있다.
벤저스의 사이즈와 에스컬레이드의 사이즈를 비교해 보면 벤저스가 전장 5,588mm, 전폭 2,235mm, 전고 1,981mm, 휠베이스 3,073mm로 기존 에스컬레이드의 전장 5,380mm, 전폭 2,060mm 전고 1,945mm, 휠베이스 3,071mm보다 큰 차체를 자랑한다. 특히 차량의 길이와 너비는 대략 20cm가량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는 에스컬레이드 내부의 레이아웃을 유지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위치한 7.2인치 및 14.2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6.9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AKG 오디오 시스템과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 열선 내장 시트, 3존 온도 조절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벤저스는 에스컬레이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426마력의 최고출력과 63.4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6.2리터 V8 엔진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만약 고객이 원한다면 3500달러(490만 원)의 옵션 비용을 추가로 들여 277마력 및 63.4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3.0리터 직렬 6기통 듀라맥스 터보 디젤 엔진을 선택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최고 출력 700마력, 92.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6.2리터 슈퍼차저 V8 엔진 유닛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선택지는 8만 5000달러(약 1억 19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모든 엔진은 10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리며 옵션으로 제공되는 사륜구동 시스템에 힘을 전달한다.
벤저스의 공차중량은 옵션에 따라 기본 3,538kg ~ 3,719kg으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중량이 약 2,795kg인 것을 고려했을 때 최대 1톤 가까이 증량된 것을 알 수 있다.
벤저스는 밀리터리에 진심이다. 따라서 이 밀리터리 XUV는 그 기능도 평범하지 않다. 군용 패키지에 탑재되는 기능들을 살펴보자. 우선 적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연기가 방출되는 연기 스크린 기능, 핵폭발 후 방출되는 전자기 펄스로부터 전자 장치들을 보호하기 위한 EMP 보호 기능, 타이어와 휠이 심하게 손상되어도 안전하게 운행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런 플랫 타이어, 이외에도 야간 열화상 카메라와 군용 방독 마스크, 저체온증 키트 등이 제공된다.
레즈바니는 현재 주문을 받고 있으며 벤저스의 가격은 24만 9000달러(약 3억 4,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레즈바니가 제공하는 옵션들을 보면 벤저스가 실제 전쟁 상황에서 쓰일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궁금해진다. 밀리터리 XUV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커스텀 튜너 레즈바니의 차세대 모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