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공개된 F-페이스는 재규어 최초의 SUV다. 공개 당시 재규어 브랜드의 패밀리 룩을 따르는 앞모습과 스포츠카 F-타입에서 가져온 듯한 날렵한 디자인으로 극찬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F-페이스의 출시에 힘입어 재규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국내시장에서도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곧바로 2018년부터 판매량이 하락세다.
결국 지난해에 재규어는 연간 판매 실적이 338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억대 수입 차인 벤틀리(506대)와 람보르기니(353대)보다 적은 수치였다. F-페이스도 이러한 하락세 속에 수입 중형 SUV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작년 6월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카이즈유 데이터랩의 월별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F-페이스는 올해 들어 한 번도 20대 이상 판매된 적이 없다. 심지어 지난 9월에는 단 9대에 그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비운의 SUV, F-페이스는 과연 어떤 차일까?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지난해 6월 출시한 뉴 F-페이스의 외관은 부드러운 곡면 처리를 통해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다이아몬드 느낌의 양각형 3D 메시 패턴을 적용했으며 얇게 다듬어진 프리미엄 LED 헤드램프가 날렵한 이미지를 더한다. 또한 ‘더블 J’ 시그니처 주간 주행등 (DRL)이 재규어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릴에는 공기역학적 이점을 최적화한 스마트 액티브 베인도 장착됐다. 차량 시동이 걸리면 베인을 완전히 닫아주어 공기의 흐름이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과하는 대신 차체와 주변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고, 주행 시 차량 항력을 줄여줘 연비 개선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돕는다. 또한 하단의 프런트 범퍼와 거대한 벤트를 지나 측면의 모습에서는 근육질의 안정된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넓고 낮아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된 리어 범퍼에는 블랙 하이글로시 패널과 화이트 실버 메탈릭 밸런스를 장착하여 디자인 차별화를 주었다. 이와 함께 LED 리어 테일램프에는 재규어 F-타입 디자인 큐로부터 영감을 받은 ‘더블 라운델’ 디자인이 적용되었으며, 더욱 슬림해진 그래픽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뉴 F-페이스의 사이즈를 살펴보면 전장 : 4747mm / 전폭 : 2,071mm / 전고 : 1664mm / 휠베이스 : 2874mm의 몸집을 갖추고 있으며 현대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전장과 휠베이스는 각각 248mm, 26mm 더 짧고, 전고는 86mm 더 낮다. 너비는 200mm 더 넓다.
실내 공간에는 마그네슘 합금 프레임으로 마감된 11.4 인치 커브드 HD 터치스크린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기존 스크린 대비 48% 더 커지고 3배 더 밝아져 탁월한 가시성과 사용성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재규어 랜드로버와 LG 전자가 공동으로 개발한 PIVI Pro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와 유사하게 설계되어 두 번의 탭만으로 홈 화면에서 최대 90%의 보편적인 조작이 가능해 편의성이 돋보인다.
계기판, 도어 및 센터 콘솔 하부에도 프리미엄 마감 소재가 폭넓게 사용되었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 레이아웃이 개선되어 효율적인 공간 활용성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살짝 경사진 센터 콘솔은 계기판까지 연결되고 무선 충전 영역과 수납공간도 연결된다. 또한 기존의 로터리 기어 시프터를 대체하는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가 새롭게 적용되어 더욱 직관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했으며, 정교한 디테일로 마감되어 인테리어 디자인에 완성도를 높였다.
뉴 F-페이스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차량에 장착되어 있는 BiSG(Belt Integrated Starter Generator) 배터리 및 리튬-이온 배터리로 차량 운행 시 에너지를 저장하며 엔진 구동을 보조한다. 17km/h 이하로 주행할 경우 엔진 구동을 멈추고, 저장된 에너지는 주행 재개 시 엔진 가속에 사용되어 차량의 연료 효율을 증가시킨다. 덕분에 복합 연비는 12.8km/ℓ(도심 11.9, 고속 14.2)까지 향상됐다.
2.0ℓ 직렬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 역시 눈길을 끈다. 뉴 F-페이스 D200, D200 SE 모두 204마력, 43.9kg*m의 토크를 생산하고 8단 자동 변속기,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과 결합된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은 8.7초가 소요되며 최고 속도는 210km/h를 기록한다.
또한 재규어는 최근 2023년형 F-페이스에 2종의 직렬 6기통 엔진을 추가했다. 가솔린과 디젤로 이루어진 두 엔진 모두 배기량 3.0ℓ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으로 이뤄진다. 400 스포츠 배지가 붙은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kg
m의 힘을 발휘하며 5.4초 만에 0→100㎞/h까지 가속하고 최고 속도는 250km/h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300 스포츠 트림은 같은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66.3kg
m의 힘을 낸다. 0→100㎞/h 가속시간은 6.4초이며, 최고 속도는 230km/h다.
여기에 토크 벡터링 시스템 및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등 퍼포먼스 SUV에 걸맞은 시스템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다이내믹한 주행을 돕는다. 나아가 SE 트림에 제공되는 메리디안(Meridian™) 사운드 시스템과 3D 서라운드 카메라,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후방 교통 감지 기능,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 등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뉴 F-페이스는 트림에 따라 7,100~7,490만 원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F-페이스의 오너 평가를 살펴보면 가격과 품질 측면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요소로 꼽힌다. 즉, 가격 대비 품질이 동급 경쟁 차종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감이라는 평도 적지 않다.
재규어가 2025년까지 모든 라인업을 전기차로 대체한다고 밝힘에 따라 F-페이스는 풀체인지 없이 현행 모델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F-페이스가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