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70%이상이 산지인 대한민국에서 언덕 하나 없는 동네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네에 언덕이 있는건 사실 문제되지 않지만, 겨울만 되면 언덕이 문제가 된다. 바로 눈과 추운 날씨로 인한 얼음빙판길 때문이다.
특히나 집이 고지대에 있다면, 운전해서 올라가는 것이 고역이다. 스노우타이어, 스노우체인을 달아도 결국 오르지 못할 언덕은 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잠시라도 한눈 팔다가는 차가 미끄러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달 초, 서울시 서초구, 성북구 등 언덕 경사지대가 많은 지역에서는 11월부터 도로열선을 가동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도로 열선은 말 그대로 도로안쪽에 열선을 깔아서 도로 온도를 상승시켜 눈이나 빙판길을 녹게 하는 장치다.
서울시 성북구의 동방고개는 2019년 서울시민참여예산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열선이 깔려있는 고갯길이다. 도로 바닥에는 열선공사를 했음을 알리는 ‘열선’표시가 있어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열선 공사로 인해 겨울에 폭설로 인한 안전사고가 대폭 줄어들었고, 2021년 시민참여예산 우수실행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북구의 성공사례와 더불어 서울 및 전국 각지의 겨울철 요주의 언덕길에도 도로 열선 설치가 검토중이다. 특히 서울 서초구는 서초권역 서초대로 65길 및 53길 일대 582m, 반포권역 사평대로 53길 및 55길 일대 310m, 방배권역 효령로 33길 및 명달로 1길 일대 222m 등 총 3개 권역 6곳에 설치를 완료했다.
도로 열선은 도로의 아래쪽에 설치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기존에 이미 포장된 도로라면, 포장된 부분을 제거 한 후 시공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도로 포장면 5~7cm 아래 열선을 매설, 전기를 공급해 발열되는 열을 이용한다.
눈이 오거나 노면[2℃(±0.1℃)이하] 결빙이 발생될 때 자동으로 온도 및 습도를 감지하여 도로면 눈을 녹이는 도로융설 방식이다. 특히 최근에는 친환경열선 시스템을 구축해서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게 만들기 때문에, 관리도 편리하다.
다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2021년 기준으로 대략 100미터당 1억~1억5000만원이 들어가는 시공비가 들어간다. 또한 열선 장치를 가동하는 유지비도 당연히 들어간다. 도봉구는 열선 설치 후 기준 미터당 1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지만, 전기료는 가동한 시간만큼만 나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또한 도시 재개발로 인해 도로공사를 하다가 열선이 끊어지는 경우, 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꾸준한 관리가 요구되는 현실이다.
엄청난 시공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마다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제설비용을 대신하기 위해 열선을 설치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제설차와 제설제를 동원해서 치우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언덕길은 제설차가 진입 자체를 못하고, 도로에 제설제를 너무 많이 뿌려도 도로가 금방 상한다.
특히 제설제를 뿌린 후 까맣게 변한 눈이 덜 녹은 상태로 도로에 남아 있거나, 밤사이 눈에 보이지 않게 얕게 어는 블랙아이스현상 등이 일어난 후라면, 자동차와 보행자의 미끄럼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에 시공비를 들여서라도 열선을 설치했을 때 제설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에, 겨울나기용 열선공사는 지속 될 것 같다.
겨울철 눈과 얼음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지만, 열선을 설치한 성북구 동방고개의 경우, 설치 후 사고율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겨울에도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라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