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올해 3분기까지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지켜낸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대외 악재에도 넥쏘의 꾸준한 판매량을 발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이 눈에 띈다. 이 기간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2% 늘어난 6859대의 수소연료전기차를 판매했다.
2위인 토요타는 50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7% 감소했다. 3위 혼다는 전년 대비 3.5% 늘어난 202대를 판매했다. 토요타는 전년 대비 20.1%포인트 감소한 18.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 1~2위인 두 브랜드의 점유율 격차는 40.5%포인트로 벌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포인트 증가한 58.7%까지 시장 점유율을 올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의 에너지기업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독일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그간 폭스바겐은 수소차 생산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7월 사임한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에서 폭스바겐 수소전기차를 보는 상황은 없을 것" "수소차는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관심이 전혀 없는 것처럼 말하던 폭스바겐이 갑자기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폭스바겐의 특허는 수소차용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고분자전해질막·PEM)을 고분자가 아닌 세라믹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세라믹 연료전지는 백금이 들어가지 않아 좀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2000km로, 이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는 2026년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다.
BMW도 수소차 양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수소차 'iX5'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2025년 양산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BMW는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답은 전기차 하나보다 둘(전기차와 수소차)이 낫다는 입장 아래 수소차를 개발해왔다. 최근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다음 트렌드는 수소차"라고 전망했다.
BMW는 과거에 이미 수소연소엔진을 개발한 적이 있다. 1979년 가솔린과 액화수소를 혼합한 연료로 구동되는 최초의 수소 자동차를 개발하더니 21세기에 들어서는 레이스 카 스타일의 H2R 컨셉트카를 내놓는가 하면 7시리즈를 개조한 하이드로겐 7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대의 컨셉트카를 끝으로 BMW는 더 이상 수소 엔진을 선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많았지만 그중 하나는 비참한 연비 때문이었다.
가솔린, 수소 바이퓨얼 방식이었던 하이드로겐 7은 100km/h를 달리는데 너무 많은 수소를 소비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 중 가장 가벼운 수소는 가벼운 질량으로 인해 한 곳에 붙잡아두기가 힘들며, 아무리 밀봉을 한다고 해도 당시 기술로는 수소가 조금씩 소실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채워 넣은 수소를 이용해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너무 짧았고, 나머지는 가솔린으로만 달려야 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완전한 수소 자동차라고 보기 어려웠다.
BMW는 지난해 BMW i 하이드로겐 넥스트를 통해 브랜드 최초로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부터 얻는 출력은 약 170마력이며, 배출가스는 수증기뿐이라 전했다. 또한 700바로 수소를 압축하는 탱크에는 약 6kg 가량의 수소가 저장되며, 여기에 eDrive 유닛을 결합해 향후 출시될 BMW 최초의 수소 연료 전지 시판 차량의 경우 약 374마력 가량을 발생시킨다고 전했다.
현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지만,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와 비교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정체돼 있는 상태지만, 각국에서는 수소경제를 가속해 대체에너지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2028년까지 유럽 주요 간선도로에 100km마다 수소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150개인 수소 충전소는 2030년 1500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2025년까지 수소차 10만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 계획을 올해 초 밝힌 바 있다. 한국도 지난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수소차 보급 목표는 총 8만1000대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 수소차 보급은 2만5570대에 그쳤다.
수소차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충전과 인프라다. 수소를 보관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아무데나 충전소를 세울수도 없고, 비용도 크게 든다. 이에 최근 전주시에서 최대 규모의 수소차 충전소 착공을 발표했고, 현대차그룹도 서울 중랑구에 이동식 수소차 충전소를 선보이며 수소차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도 영원히 1위일 것 같았던 테슬라가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수소차 시장도 전기차시장과 다르지 않다. 모두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1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한 기술보완과 인프라 확대가 되었을 때, 수소차 시장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