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독일에서 춤을 춰 화제입니다. SNS로 '주식 장난'을 치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경고를 받는 등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지만, 독일 발 소식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기가팩토리 베를린)’가 드디어 가동되기 시작했거든요.
독일 내 온갖 반대로 무산될 뻔했지만 결과적으로 자동차 분야론 콧대 높은 독일에 깃발을 꽂는데 성공했어요. 덕분에 전기차로 세계정복을 꿈꾸는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 가속력이 붙었습니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는 2019년 첫 삽은 뜬 지 2년 만에 공장 가동이 시작됐습니다. 공장이 위치한 곳은 놀랍게도 독일 베를린 인근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인근에 공장을 차린 셈이죠.
사실 이곳은 8개월 전부터 공장 가동에 대한 현지 승인을 신청했어요.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작년 말부터 신차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환경부 승인이 지연되고, 설상가상 환경보호단체에서 녹지 훼손과 환경오염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고 공장 문을 가로막는 등 과격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서야 첫 인도가 이루어졌어요.
그동안 테슬라는 유럽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운임비가 추가됐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공급망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차 가격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습니다. 더 낮출 수 있지만 여건이 안 됐던 것이죠.
다행히 브란덴부르크 주와 독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져, 유럽 교두보 확보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럼 어떤 이유로 이런 지원이 이루어진 것일까요?
사실 그륀하이데는 석탄 산업 외엔 자연경관이 전부인 곳이죠. 별다른 수입원이 없다 보니 주변 지역보다 일자리도 적고 소득 수준도 별 볼일 없었습니다. 벤츠 공장이 있는 진델핑겐, BMW 공장이 있는 뮌헨 등 지역마다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는 곳과 비교가 되죠?
때문에 브란덴부르크 주정부는 2013년도부터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개혁’에 나섭니다.
최근까지 장기 플랜이 잘 진행된 덕분에, 독일 16개주 중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가장 풍부한 도시가 됐습니다. 그럼 친환경 도시라는 인식이 깔리면, 그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이동수단’에 변화를 주기 마련입니다. 전기차와 관련된 산업을 들여오는 것이죠. 주 정부 입장에서 보면 도시 인프라를 갈아엎지 않아도 되고, 공장 부지나 연구소를 유치하면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손을 댈만한 분야입니다. ‘친환경’이라는 명분도 있고요. 게다가 베를린이 옆에 딱 붙어있다 보니, 핵심 인재들 영입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이런 이유가 저변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테슬라가 독일 공장을 짓는 게 그나마 수월했던 겁니다. 그것도 수도 근처에 말이죠. 독일 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매우 호의적이었던 터라, 부지 선정 당시 테슬라 경영진이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항공기를 제공할 정도였죠.
비슷한 이유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회사 ‘마이크로바스트(Microvast)’역시 브란덴부르크 진출을 선언했고,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생산설비를 도입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독일 기가팩토리에선 생산된 모델 Y 30대를 현지시간 22일에 고객에게 인도했습니다. 또, 테슬라에 따르면 이 공장은 연간 최대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춰, 올해 말까지 한 주에 5천 대를 뽑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3,500명 정도의 직원 규모를 12,000명까지 늘리고 모델 Y를 주력으로 밀 예정입니다. 물론, 200만 대 규모의 상하이 공장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유럽 물량을 소화하기엔 충분합니다.
한편 공장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는 “신형 풀셀프드라이빙(FSD) 소프트웨어 시험 버전을 내년 유럽에서 출시할 것”라고 언급해 주목받았습니다. 같은 날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테슬라 독일 공장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고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테슬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독일 내 주요 브랜드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 내 생산으로 부품 수급 문제 해결과 운임료, 관세 패널티 등을 해결하게 된 테슬라의 전망이 밝기 때문입니다. 신차 가격 경쟁력 개선과 대량 생산 라인 가동으로 유럽 브랜드로 갈 전기차 잠재 고객을 끌어당기고, 그 수요를 모두 감당할 인프라가 완성됐거든요.
보통 이런 상황엔 지역 텃세가 있기 마련인데, 서독에 비해 낙후된 동독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주정부는 오히려 테슬라의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에 편중되어 있던 생산라인의 균형을 가져와 유럽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총 판매량으로 글로벌 최상위권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분야에서 이미 테슬라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1년 기준 폭스바겐의 전기차 실적은 452,900대, 테슬라는 966,172대죠. 폭스바겐은 유럽에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테슬라의 독일 내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기대 덕분에 테슬라의 주가는 23일 기준, 996.66달러로 1천 달러 대에 상당히 가까워졌습니다. 수개월 전 1,200달러 고지에 도달하고 760달러대까지 추락한 후 반등한 터라 기대가 큰 편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불안 요소로 계획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배터리 및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과 차량 전선 다발인 ‘와이어링 하네스’ 확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자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면 논외이지만, 사정에 맞춰 여기저기서 부품을 공급받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원자재, 부품 공급난을 피해 갈 순 없는 것이죠.
과연 테슬라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극복하고 유럽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결국 성공했네..." 일론 머스크 춤추자, 폭스바겐이 초긴장?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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