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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Dec 21. 2022

천 만원 중반, 러시아 가성비 신차가 조롱거리 된 이유

열악한 자동차 생산 환경, 결국 안전장치 제외
수 십년 전으로 돌아간 러시아 자동차 산업
현대차, 최악의 러시아 상황에 철수 고민

자동차는 수많은 구성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는 선택 옵션으로 소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다. 이 중 파워트레인이나 탑승객 안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구성품은 기본 적용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에 생산되는 일부 차량에 안전기준을 대폭 낮추면서, 안전에 필요한 일부 구성품이 없는 차량도 러시아에서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해졌다.


[글] 이안 에디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자 수출입 루트 상당수가 막혔다. 이 중 자동차  핵심부품도 들여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제재가 장기화되자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생겼고, 결국 러시아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일부 차종에 대해 안전 기준을 낮출 수 있도록했다. 이번 대통령령의 유효기간은 2023년 2월 1일까지다. 이번 결정에 의해 러시아에서는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나 에어백, ELR(Emergency Locking Retractors) 방식 안전벨트 등이 탑재되지 않은 차량도 생산이 가능하다. 안전 대신 생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령이 적용되어 생산된 첫 모델로 ‘라다 그란타 클래식 2022’가 있다. 이 차는 러시아 자동차 업체 아브토바즈가 만든 것으로, ‘라다 그란타 클래식 2022’는 국민차로 불리는 라다 그란타의 최신 모델이다.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사양은 수 십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자국과 우방국에서 생산된 부품만 사용되다 보니 빠진 게 매우 많다. 우선 에어백, ABS가 없다. 두 부품 모두 차량 탑승자의 안전을 담당하는 중요 장치다. 에어백은 충돌 사고 발생 시 탑승자를 보호하고, ABS는 급제동 시 브레이크 잠김을 막아 자동차 미끄러짐을 방지해 주는 장치다.

좀 더 살펴보니, 위의 두 부품 외에도 추가로 없는 사양이 발견됐다. ‘라다 그란타 클래식 2022’에는 안전벨트 장치, 위성 내비게이션, 공기 오염 방지 장치가 없다. 현지 언론은 ‘라다 그란타 클래식 2022’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1996년 유럽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사실 아브토바즈는 르노 자동차라는 든든한 뒷 배가 있었다. 르노는 이 회사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3월에 러시아 국영 자동차 개발 연구소에 전 지분을 넘기고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아브토바즈는 한때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아브토바즈는 가격을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라다 그란타 클래식 2022’의 판매 가격은 약 67만 5900루불(한화 약 1500만원)로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출을 해도 구매할 나라는 없어 보인다. 오직 내수용으로 팔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상황은 악재다. 현재 러시아 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이 현지 기업인 아브토바즈에 이어 22.6%로 2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러시아 시장 판매 목표를 45만 5000대로 잡았으나, 이번 가동 중단은 2022년 연말까지 계속 될 것으로 결정됐다.


한편 러시아 우방국인 중국은 여러 기업이 철수한 틈을 타 자동차 시장을 집어삼켰다. 몇 개월 안 됐는데도 점유율 30%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생산량 0을 계속 찍으며 완전 철수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쟁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이번 러시아의 자동차 관련 법안은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결정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자동차 생산이 가능하겠지만 점차 고립되어 다른 제조사들을 따라잡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라다 클래식 차량이 경차 가격으로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구매할 생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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