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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Dec 23. 2022

“수리비 폭탄!” 주유소에서 깜빡하면 뒷목잡는 이 상황

주유할 때 시동을 꺼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 중에선 시동을 꺼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아 무의식중에 시동을 그대로 켜놓고 주유를 진행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그렇다면 주유 중 시동을 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시동을 켜고 주유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은 무엇일까?


[글] 박재희 에디터


주유할 때 시동을 필수로 꺼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18’에 따르면 “자동차 등에 40℃ 미만의 위험물을 주유할 때에는 자동차 등의 원동기를 정지시킬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엔진이 켜진 상태에서 정전기 또는 스파크가 발생해 유증기를 만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증기가 생성되는 원리는 연료가 액체 상태로 존재하다가 고열의 장비와 접촉함으로써 기화된 후, 보다 낮은 온도의 공기와 만나서 생성된다. 따라서 자동차 시동이 걸려있다면 엔진이 점화와 폭발을 반복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불꽃이 유증기로 옮겨붙을 위험이 존재한다.

두 번째 이유는 자동차 증발가스 제어장치가 고장 날 가능성이 있다. 증발가스 제어장치는 휘발유 차에 적용된 배출가스 제어장치의 일부로, 휘발유가 증발하면서 발생되는 증발가스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다.


그런데 시동을 켠 채 주유를 반복하다 보면 증발가스 제어장치를 구성하고 있는 연료탱크 압력센서와 캐니스터, 솔레노이드 밸브 등이 이상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일례로 시동을 켠 채 주유를 하게 되면 증발가스 제어 라인에서 가스가 누설되는 것으로 판단해 엔진경고등을 계속해서 점등시키는 경우가 있다.

주유소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는 혼유 사고도 있다. 주유 중 시동을 끄는 행위는 혼유 사고 시 피해도 최소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혼유 사고란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혹은 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주유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두 연료는 발화점, 발화 방식 등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한번 혼유 사고가 일어나면 엔진이 망가져 엔진 계통 전체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유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아직 시동을 걸지 않았다면 연료통을 비우고 엔진 세척을 하는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처음부터 시동이 걸려있었다면 이미 연료가 엔진 내부까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해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주유를 즉시 중단하고 시동을 끈 뒤 보험사나 정비소의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해 정비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혼유 사고는 흔하지 않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만약 주유소에서 혼유 사고가 발생하면 주유원과 소비자 중 누구의 책임일까?


우선 혼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의 과실을 20 ~ 30% 정도 묻는 분쟁조정사례 및 판례가 다수 있다. 디젤 차량에 가솔린을 주입해 사고가 발생한 한 사례에 따르면 주유 당시 운전자가 주유원에게 경유를 주입해 달라고 했고, 승용차 주유구 덮개에 ‘Diesel’이란 표기와 함께 붉은 글씨로 ‘경유’라고 쓰인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음에도 주유원은 휘발유를 주입했다. 그런데 주유소가 가입한 보험사는 매출전표에 휘발유라고 명시돼 있는데 운전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20%의 과실 비율을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이 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경유 차량 운전자가 사용 연료를 알리지 않고 휘발유 전용 주유기 앞에 정차한 것만으로 30%의 책임을 물은 하급심 판결도 있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법원의 한 판례에 따르면 “주유소 직원의 과실로 주유소 혼유 사고가 발생했기에 주유소 대표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혼유가 발생했을 시 시동을 켜지 않고 연료라인을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수리가 가능하며…”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주유 중 시동을 켜고 있다면 혼유 사고 발생 시 소비자의 과실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경유와 휘발유 등 유종에 따라, 각 지역 조례에 따라 위험물안전관리법과 공회전 제한 규정에 접촉되는 기준이 소폭 다르지만 주유 중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운전자가 시동을 끄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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