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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Dec 30. 2022

"전쟁 난 줄" 무대책으로 늘린 전기차 충전소, 대참사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전기차 충전소 사고 
관할 지자체는 별도 의무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
인명피해 발생 시 보상 대책 또한 없어 2차 피해 우려


[글] 배영대 에디터


SBS 뉴스 캡처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어제 아침 7시 반쯤, 서울 성동구 옥수역 인근 공영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뉴스 속 제보 영상은 마치 시가전을 연상케 하는 붉은 섬광과 함께 폭음이 터져 나왔다.


폭발은 영상 제보자가 촬영을 하며 일부를 걸어가는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화재는 10분만에 진화가 되었지만, 당시 화재 현장 인근에 있던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행히 사고 당시 충전하고 있던 차량은 없었고, 다친 사람 또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방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기 충전 기기와 연결된 배전 쪽에서 불꽃이 튀며 불이 시작된 걸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

 사고가 정리되자 정확한 사고 위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일부 운전자도 있었다. 이번 옥수역 전기차 충전소 화재 사고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옥수역 인근 ‘옥수유수지공영주차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전기차 충전소는 실제 성동구 도시관리공단 주차사업팀에 문의 결과 해당 주차장에 1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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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고를 계기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전기차 충전소 안전, 그런데 늘고 있는 시설과 달리, 화재 예방 내용을 포함한 시설 관련 규정은 낙제점에 가까운 상황이다. 서울시 전체 전기차 충전소 중 지하충전소는 3만1694개에 달한다. 반면 지상충전소는 2438개로, 지하에 충전소가 지상보다 13배나 많은 상황이다.


이 중 지하 충전소의 경우 화재 발생 시, 지상보다 상대적으로 진압에 필요한 특수 설비 및 소방차 진입니 어렵다. 그런데 서울시 ‘전기차 충전소 및 화재진압시설 설치 현황’을 보면, 충전 중이나 주차 중 발생할 수 있는 화재와 관련한 별도 의무 규정이 없다. 한 국회의원은 이점에 대해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화재진압시설 설치 규정을 조속히 마련해 대형 참사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비한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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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방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는 총 62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3건으로 최근 3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모두 17건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원인이 배터리 문제로 지목되지만, 충전 관련 문제도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전기차 뿐만 아니라 충전소 관련 규정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옥수역 전기차 충전소 화재 사건은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를 입었다면, 우리는 적절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 규모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에서 화재 사고 발생 시 피해 보상 보험은 없는 게 현재 실정이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충전소에서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책임지는 보험 상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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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이 생긴 데에는 법에 문제가 있었다. 주유소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안전의무보험, LPG충전소 사업자는 액화석유가스법에서 정하는 가스사고배상책임보험의 의무 가입 대상이다. 그런데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관계 법령인 전기안전관리법에서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자의 보험 가입을 강제하지 않고 있어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소 충전소 사업자 조차 고압가스법에 따라 의무 대상에 포함되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기차 충전소의 합선·누전 등에 따른 화재 사고 발생 시 원활한 피해 보상 및 유사 시설 간 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기차 충전 사업자 배상 책임 의무 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가 되고 있다. 이번 옥수역 전기차 충전소 사고의 경우 짧은 시간에 화재가 집압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런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동화 시대를 위해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는 마당에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믿고 구매를 하려면 차량 뿐만이 아니라 충전소 관련 규정도 제대로 만들어져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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