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 운전자들이 작년 최악으로 지목한 교통관련 정책 중 하나입니다. 운전자들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되는 만큼,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지만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무엇보다 '답답함'을 토로하며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조정해야 한다.' 답할 만큼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죠. 물론, 보행자 안전을 위한 정책인 만큼 공감한다는 의견도 7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일괄 적용되다보니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는 곳도 낮아진 제한속도로 오히려 불편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많았죠.
이런 불만 때문이었을까요? 최근 서울시가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시내 제한속도를 60km/h로 늘리기로 한 것이죠. 정확히는 한강 교량 등 20개 구간의 기존 제한속도를 50km/h에서 60km/h로 높입니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들의 공통점은 인도가 없어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입니다. 즉, 차대 사람 교통사고 가능성이 낮아 안전하고 교통 흐름 역시 원활한 곳이죠.
적용지역을 살펴보면, 한남대교·원효대교·마포대교 등 한강 교량 17개 구간과 헌릉로 내곡IC ~ 위례터널 입구·도림천 고가·보라매 고가 등 일반도로 3개 구간입니다. 서울시는 4월 중순까지 변경된 기준에 맞춰 각종 교통시설을 정비할 예정입니다.
한편 안전속도 5030정책에 대해 여전히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어, 이해는 가지만 사실상 극과극을 달리는 의견으로 인해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보입니다.
정책 찬성파의 경우 사고 예방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1972년 이후 49년 만에 시행된 이 정책덕분에 사고로 인한 사상자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사고사망자·사고건수·보행 사망자 등 모든 교통안전지표가 개선됐어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 국민의 찬성률 67%보다 버스ㆍ택시ㆍ화물차 기사 등 운수,운송업 종사자의 찬성 비율이 74%로 앞섰습니다.
또, 정책에 찬성한 구체적인 이유로
① 보행자에게 접근하는 차량속도가 느려졌다.
② 이전보다 양보하는 차량이 늘었다.
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차대 보행자 사고 비율이 35%나 되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일부 논설의 경우,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하향할 때 편익은 11억원 수준이며 70㎞에서 60㎞로 낮출 경우 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50km/h가 가지는 의미가 큰 만큼 처음 도입된 5030정책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죠.
한편 반대파의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크게 일반 운전자들과 운수업계 종사자들 의견 두 가지로 나뉘죠. 일반 운전자들은 현 정책에서 주장하는 교통사고 감소율은 다소 오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교통량 자체가 감소한 점을 간과 했다는 것이죠. 그동안 저녁 일찍 술집을 비롯해 모든 음식점이 문을 닫아 집으로 빠르게 귀가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당연히 사고 건수가 감소하는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또한 통행속도가 느려지면서 전보다 길이 더 막힌다는 주장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굳이 제한을 걸지 않아도 되는 곳 까지 느려지는 바람에 신호대기는 물론이고 교통정체마저 더 심해졌다는 의견이죠.
그밖에 정책 시행여부와 상관없이 애당초 길이 막히는 곳은 통행속도가 50km/h 이하인 점도 한 몫합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노들로는 41.6km/h로 그나마 빨랐고, 영동대로 26.1km/h, 종로 19.9km/h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남, 신촌, 종로 인근은 자전거가 더 빠른 수준인 것이죠.
운수업계 종사자 의견의 경우, 최근 급등한 기름값때문에 더욱 부정적인 의견입니다. 현재 같은 거리를 2만원에 충분히 갈 수 있었다면, 이제는 5만원을 지불해야 같은 거리를 갈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보행자도 없고 굳이 제한속도를 낮출 필요가 없는 곳을 제한하다보니 연비가 크게 떨어져, 경제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이죠.
때문에 못해도 화물차의 경제속도까지는 제한 속도를 높여야 하지않겠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60km/h를 경제속도로 보는데, 내연기관차 특성상 저속에서 연비가 덜 나오는 만큼 현 정책이 완전히 바뀌기 전 까진 비슷한 문제제기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 정부는 공약으로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손볼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규제완화'가 메인인데, 전국의 운전자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