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현대차를 보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수소차를 왜 만들어? 바보도 아니고.”라고 말이죠. 아마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 입장에선 수소차 개발이 전기차보다 훨씬 어려워 보일거예요. ‘그거 굳이 왜 만드냐? 전기차가 최곤데!’라는 의도로 비꼰 말투 였을겁니다. 실제로 수소차가 훨씬 복잡하고 들어가는 기술 자체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현대차는 97년도 부터 거의 25년동안 수소차를 연구했어요. 그밖에 원조격인 미국의 GM과 일본의 도요타가 경쟁상대인데. 수소차 분야에선 현대차가 1위죠. 특허출원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연구를 꽤 해놔서 수준은 정말 높은 편입니다. 우리 주변에 넥쏘 돌아다니잖아요. 그게 가장 큰 증거죠. 다른 기업들은 대량 생산라인 자체가 없고 테스트용으로 소량생산한 곳이 대부분이거든요. 물론 도요타는 양산차를 만들긴 했지만 넥쏘에 번번히 밀렸어요.
아무튼 요새는 친환경이랑 수소경제가 중요하다고 해서 수소차를 꽤 밀어주는가 싶었는데, 요즘 현대차 소식이 뜸하죠? 넥쏘도 사실 내년이면 풀체인지 시기인데 뭐 이렇다할 소식이 없어요. 작년에 저희 채널에서 ‘전기차가 있는데 수소차 왜 만드냐?’는 영상을 낸 적이 있었죠? 그 때만 해도 내년엔 뭐라도 나오겠지 싶었는데, 작년 말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어요. ‘현대차가 수소차를 포기한다!’ ‘덤으로 제네시스도 만들다 내려놨다!’고 말이죠.
사실 수소차를 포기할 만한 이유는 따지고 들면 참 많아요. 전기차의 내구성이 훨씬 좋고, 전기차 충전소 설치비가 수소충전소보다 압도적으로 싸요. 그리고 충전비용만 봐도 전기차의 압승이고, 가장 중요한 차 가격 역시 전기차보다 좀 더 비싸요. 실제로 넥쏘가 순수 차값으로 따지면 7천만원 넘는거 아시죠? 여러분 잘 생각해보세요. 요즘 새로 생긴 자동차 스타트업들, 전부 전기차 제조업이죠? 자동차 후진국인 중국만 봐도 전기차에 올인하는거 보면 답나와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 감사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전기차에 집중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현대차는 일론 머스크의 말 처럼 바보짓을 한 걸까요?
수소차 관련해서 잡음이 계속 들리자 현대차는 여론 진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어요. 알고 보니 수소차를 포기한게 아니라 오히려 예산을 더 태워서 개발부서를 더 크게 만들고 있었어요. 다만 개발 속도가 좀 느리다보니, 외부에 비치는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계획이 중단됐다고 생각하기 쉬웠던거죠. 사실 현대차는 2021년 11월에 관련 조직을 개편했어요. 부사장 관할이던 이 부서는 사장급으로 격상 됐고, 그 안에서 개발부와 사업부 둘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어요. 요약하면 포기한게 아니라 각잡고 개발하기 위해 내부 교통정리를 한거라고 보시면 돼요.
근데 잘 생각해보세요. 이런 결정을 내리려면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겠죠? 현대차는 오히려 승산이 있다고 보고 더 밀어붙이기 시작한겁니다. 자, 그런데 넥쏘를 빼면 사실상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수소차가 없어요. 왜 이렇게 개발이 느린가 봤더니 개발 도중에 기술적인 문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연구 방향을 다시 정하고 해결하느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그럼, 현대차는 여지껏 아무것도 이룬것이 없을까요? 이렇다할 성과가 부족한걸까요? 그건 또 아닙니다. 작년 가을에 열렸던 수소차 전시회인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연구중인 콘셉카와 기술들을 공개했어요. 그때 직접 봤는데 이미 2040년까지 무얼 할 건지 전부다 구상해놨어요. 시제품도 만들어놨고요.
전시장엔 수소 무인 트레일러, 수소 드론, 수소 트렘(열차), 수소 발전기가 있습니다. 또, 수소 컨셉카(오프로드, 스포츠), 인휠모터,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이 있었죠.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이 하나가 있는데 ‘3세대 수소연료전지’가 들어갔다는 거예요. ‘3세대 수소연료전지’는 지금 넥쏘에 들어간 연료전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같은 100킬로와트급 2세대와 3세대 연료전지를 비교해보면, 3세대 쪽의 부피가 30% 정도 작아요. 그리고 납작한 블록 모양으로 만든 ‘풀-플랫’ 타입이 있는데, 모양이 평평해서 무인 시스템에 넣기 좋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무인 수소트레일러, 구조용 드론 등에 적용할 수 있죠.
그밖에 비전 FK라는 수소 스포츠 컨셉카가 있었는데, 현장에 계시던 연구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기존 차를 개조해서 만들긴 했지만 실제 주행도 가능하대요. 거의 700마력 이상이고 0-100km/h 도달시간도 4초 밑이라고 하네요.
이런 내용만 봐도 현대차가 수소차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입니다. 특히 스위스를 중심으로 수소 트레일러가 대여 형태로 이미 운영중입니다. 또한 수소 충전소나 연료전지 발전소 분야에서도 유럽을 무대로 점점 장악해 나가고 있어요. 이 분야만큼은 세계 1위라고 하죠.
사실 수소차 개발만으로 현대차가 큰 수익을 벌어들이긴 어렵습니다. 돈만 본다면 전기차 올인이 더 정답이죠. 그런데도 수소차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수소경제’ 때문입니다. 짧게 설명드리면 휘발유나 경유, 가스같은 화석연료로 굴러가던 모든 것을 수소로 대체하겠다는게 핵심이죠. 자동차, 비행기, 배, 건물, 발전소까지 전부다 적용해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거예요. 덤으로 석유 수입을 줄여서 돈도 아끼고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일상 곳곳에 현대차의 기술이 들어간다면 자동차만 팔 때 보다 전망이 더 좋겠죠? 그러니까 큰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현재 수소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친환경’이 아니죠. 우리나라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모아서 충당하고 있거든요. 그나마 천연가스 추출방식이나 물을 분해하는 방식이 있는데, 생산단가가 최대 5배 차이나요. 이걸 해결 못하면 넥쏘를 기준으로 55,000원 하던 충전비가 거의 28만원이 될 수도 있는거죠. 게다가 수소 충전소 하나 세우는데 주유소 보다 15배 비싸요. 30억 정도 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인프라 세우는 것도 한 세월이라 이런 한계점들이 해결되고, 우리가 수소차를 흔하게 보려면 2040년 쯤은 돼야 해요.
요컨대, 현대차가 수소차 개발을 포기한건 아니지만 앞으로 20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니 템포를 좀 늦게 가져가겠다는 거죠. 그동안 전기차에 좀 더 힘을 쏟아서 미래 먹거리 정도는 확보하자는 취지인겁니다. 혹시 현대차의 수소차 근황이 궁금하셨던 분이라면, 이번 내용이 도움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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