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두 번의 그랑프리를 마친 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알버트 파크 서킷’에서 올해 세번째 F1 그랑프리가 열렸습니다. 3년 만에 열리는 대회여서 그런지 이번 그랑프리 본선에선 무려 40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리며, 오세아니아 유일의 F1 경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인기있는 베테랑 F1 드라이버인 맥라렌의 ‘다니엘 리카르도’의 홈 그랑프리인 점도 한몫 했죠.
거대한 호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최고 속도의 레이스. 알버트 파크 서킷은 그동안 소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연출하기 위해 트랙 아스팔트 재포장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9, 10번 코너의 시케인을 없애고, DRS존을 4곳으로 늘렸죠.
다만, 연습 주행 때 지나친 추월에 따른 사고위험이 제기돼, DRS존은 다시 3곳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트랙의 폭이 좁아, 추월 난이도는 여전히 높은 서킷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케인 : 직선구간 끝에 있는 급격한 커브 구간
※ DRS존 : 앞 차와의 거리가 1초 이내일 때 뒷 차의 윙 조절을 통해 드래그를 줄여 추월을 용이하게 하는 구간
본선 하루 전 열렸던 퀄리파잉(예선)에선 Q1 세션 중 윌리엄스의 ‘니콜라스 라티피’와 애스턴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서로 충돌, Q3에선 알핀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코스 이탈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등의 큰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는 침착하게 트랙 최단 기록을 갱신하며 예선을 1위로 마쳤고, 그 뒤로 레드불과 메르세데스 듀오가 자리잡으며 훗날을 도모하는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본선은 어땠을까요?
결전이 펼쳐진 다음 날, 58랩 동안 벌어졌던 치열한 혈투 끝에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경기 1위와 패스티스트 랩, 이 날의 선수 모두를 거머쥐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예상을 깨고 선전하거나, 고배를 마시는 등의 희비가 엇갈리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습니다.
자, 이번엔 인상 깊었던 다섯 팀을 뽑아 경기 결과에 대해 요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 시즌 페라리는 정말 다릅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차량의 성능과 뛰어난 드라이버들의 조합으로 어떤 서킷에서도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특히 샤를 르클레르는 올해 세 번의 그랑프리 중 두 번 1등 자리에 오르며 페라리의 새로운 왕자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경기 내용 또한 어떠한 선수의 추격도 허락치 않는 완벽한 운영을 보여줍니다.
반면, 또 한명의 드라이버인 카를로스 사인즈는 이번 경기 유독 불운이 따랐습니다. 예선의 마지막 세션에서 타이밍이 좋지 않아 최상의 랩 타임을 내지 못했습니다. 본선에서는 스타트 전 스티어링 휠 이상으로 이를 교체하는 바람에 좋지 않은 스타트를 보여줬고, 이를 극복하려다 경기 초반 결국 트랙 밖으로 빠지며 리타이어 하고 말았습니다. 같은 팀의 동료가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사인즈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지는 상황입니다. 과연 그는 다음 경기에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작년 월드 챔피언을 배출한 레드불 레이싱. 올해 기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페라리에 맞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예선에서도 두 드라이버가 샤를 르클레르를 턱밑까지 쫓으며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본선이 시작되자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은 선두에 선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를 추월하긴 커녕 뒤를 쫓기에 급급했고 3위로 시작한 세르히오 페레즈도 초반에 자리를 내주며 고전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심지어 막스 베르스타펜은 경기 중반 바레인에 이어 또 다시 차량 문제로 리타이어 하며 올해 월드 챔피언 경쟁에 적색등이 켜지고 말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레드불은 또 한 명의 드라이버인 세르히오 페레즈가 침착하게 다시 자리를 회복하며 2위로 경기를 마침으로 한숨을 돌렸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막스 베르스타펜은 현재 차량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의 추격을 위해 차량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현재 레드불에게 놓여진 가장 큰 숙제로 보입니다.
어느덧 2022년의 세 번째 그랑프리이지만, 메르세데스는 페라리와 레드불에 막혀 3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팀에 소속된 두 드라이버는 최상위권의 기량을 갖추고 있으나, 여전히 차량의 성능이 모자른 상황입니다. 이번 예선 결과에서도 이 두 팀의 벽에 막히며 포디움을 노리기 어려울 거다 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라는 말처럼 메르세데스는 그들이 지닌 강점인 신뢰성을 통해 현재 전력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조지 러셀은 이번 경기에서 자력으로 이적 후 3위로 첫 포디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루이스 해밀턴 또한 그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은 이러한 결과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 또한 앞으로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위해 이 팀이 더욱 분발하길 바래 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인 다니엘 리카르도가 소속되어 있는 맥라렌. 오랜만에 돌아온 고국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은 분명했을 겁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년에 비해 올해는 차량 성능이 경쟁팀에 비해 떨어져 고전할 것이 분명해 보였죠.
하지만 맥라렌의 두 드라이버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본선에서 5위와 6위를 차지하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다니엘 리카르도는 “그동안 우리는 차량에 대해 100%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좋은 성적을 낼거라곤 생각치 못했다.” 라며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레이스의 선전으로 맥라렌과 올해의 다크호스 알핀의 4위 싸움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질듯 합니다.
일요일 본선, 모두의 시선이 선두권 싸움에 쏠려있을 때 한 팀은 조용히 서킷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후반부에 접어들며 그때서야 모두가 이 팀의 수상한 전략을 눈치채고 큰 혼란에 빠졌죠. 바로 윌리엄스의 알렉산더 알본이 단 한번도 피트인을 하지 않고 하드타이어로 계속 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감한 전략에 경기 도중 선수 본인도 불안해 했지만, 하드 타이어와 윌리엄스 차량의 조합은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를 발휘하며 무려 58랩 중 57랩을 한 타이어로 소화해냈습니다. 그 결과, 알본이 10위로 들어오며 더 없이 소중한 올해 첫 포인트를 극적으로 획득하였습니다. 만약 경기 종반에 1위인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좀 더 늦게 들어왔다면, 윌리엄스는 알본의 마지막 피트 인을 통해 새 타이어로 패스티스트 랩으로 1 포인트을 더 기록하는게 가능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죠.
이번 레이스에서 윌리엄스는 예선전부터 소속된 두 선수 모두에게 불운이 닥치며 포인트 획득에 먹구름이 끼는가 했지만,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원 타이어 전략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F1에서 좋은 성적은 많은 돈과 차의 성능에 정비례 하지만, 때때로 그게 전부가 아니다 라는걸 입증한 선례로 오래 기억에 남을듯 합니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본부엔 F1팀이 레이스에서 우승 할 때 마다 정문에 깃발이 한 개씩 게양됩니다. 작년엔 레드불과 메르세데스의 경쟁에 밀려 단 한번의 레이스도 우승하지 못하였지만, 올해는 벌써 두 번의 우승으로 2개의 깃발이 정문에 게양되었죠. 이 페이스라면 올해 페라리의 정문엔 실로 오랜만에 페라리 깃발이 한가득 게양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티포시 소리 질러!!)
다음 경기는 페라리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열리게 됩니다. 경기가 열리는 이몰라 서킷 또한 페라리의 홈 그라운드인 만큼 그들의 강세가 쉽게 예상되지만, 늘 그렇듯 스포츠의 결과는 속단이 금물입니다. 그럼 다음 그랑프리에서 만나요! Arriveder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