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교동시장에서 고추장을 사러 갔는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샀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상인에게서 가격이 저렴한 고추장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어 실망스러웠다.
상인의 말만 듣고 마음이 갑자기 돌변하는 것을 느꼈다. 고추장 가게 주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갑자기 그분이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교동에서 농사지은 것이라 생각하고 국산인지 확인하지 못한 내 불찰이 크다. 고추장 가게 주인은 그냥 고추장을 팔았을 뿐이고 내가 국산으로 믿고 산 것뿐인데 나 혼자 감사하고 실망하고 있었음을 알고 나니 웃음이 난다.
우리는 마음이 영원한 줄 착각하며 살아간다. 마음이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괴로워진다.
사람 마음은 마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하루에 수십 번씩 바뀐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출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나가기 싫고 날씨가 좋으면 집에 있는 것이 아까워 외출하고 싶어 진다. 상대가 내 생각과 같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내 생각과 다르면 긴장되고 미운 감정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상황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을 뿐인데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지에 따라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상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모두 나에게서 나온 것이지 상대방의 행동과는 무관하다. 같은 상황이라도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위 상황에서 가격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사람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맛이 좋으니 가성비가 좋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생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실망할 수 있다. 생산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국산인지 물어야 했고 국산이 아니었다면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추장 가게주인은 아무 잘못이 없다.
만약 가게 주인이 거짓을 말했다면 달라질 수 있지만 거짓인지 사실인지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없는 한 알 수가 없다. 요즘은 수입산을 국산으로 파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정보나 지식이 없어서 속는 것이지 장사꾼은 장사의 속성에 따라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정보에 깨어있지 않고 부주의해서 실수를 한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변화무쌍한 자연처럼 내 마음도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고 지금 내 마음이 그렇구나 알면 집착할 것이 없다. 마음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나니 타인의 마음이 변해도 그냥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나니 시비할 것이 없어진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있는 내 마음을 보니 마음은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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