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8일 수요일
62일 차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했어요
어젯밤에 10Km 걸었어요
갑자기 걸으면 다리가 놀랠까 봐요
62일 만에 걸을 거라고 미리 이야기해줬어요
다이슨 에어랩 열일 시켜줬어요.
이 아이도 62일 동안 놀았으니 돈값은 해야죠
8시에 시간 맞춰서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요
이 문을 나서는 데 62일 걸렸고 전 4시간 안에 다시 돌아와야 해요
신분증과 출입증을 검사하고 나왔어요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운행할 수 없어서 도보나 공유 자전거로 이동해야 해요
중국사람들은 자전가 타고 쑹쑹 가버리고
저는 씩씩하게 두 발로 걸어서
다른 이유는 없어요
자전거를 못 타서요
운전 못하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
62일 만에 아파트 안이 아닌 아파트 바깥의 땅을 밟아봅니다.
3월에 롱 패딩 입고 들어왔다가 6월에 반팔 입고 나왔어요
원래 상해는 초록초록 예쁜 도시였는데 지금은 병들어서 시들어가는 나무 같아요
이렇게 치바오라오지에라는 올드타운과 수향 마을이 있는 예쁜 동네인데요
르메르디앙 호텔이에요
저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호텔이에요
여기 멤버쉽도 샀고 스테이도 여러 번 했는 데 아직 호텔 후기도 한번 못 올렸네요
제가 다니는 피트니스 클럽 앞도 가봤어요
3월 9일 이후로 한 번도 못 가봤네요
이용 못한 기간 동안 회원권 연장해주세요
첫 번째로 간 마트입니다
일단 줄에 질려서.. 전 이분들과 붙어서 못 이겨요
설령 마트 안에 들어가도 계산하고 이러다 보면 4시간도 부족할 것 같아 포기하고
두 번째 마트로 갑니다
여기 그래도 줄이 좀 짧아서 무사히 입장했어요
입장하는 데 얼마나 철저히 검사와 확인을 하는지 대통령 취임식에 간 줄 알았어요
생각보다 마트 안이 붐비지 않아서
원했던 애들을 데리고 왔어요
파프리카 파프리카
생각 같아서 4봉 정도 들고 오고 싶었는데
이 햇볕 짱짱한 대낮에 아스팔트 길을 이고 지고 걸어서 돌아가야 하니….
제 어깨가 걱정되어서 2봉만 집었어요
간만에 박스 구매, 랜덤박스 구매 아니고 제가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수량만큼 골라서 집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누리니 즐거웠어요
계산할 때 보니 제가 제일 조금 샀더라고요
중국 사람들의 싹쓸이는 아무도 못 이겨요
다들 몇 천 위안씩 구매하더라고요
장바구니 하고 배낭에 쇼핑한 물건 넣고 다시
세 번째 마트로 갔어요
지금부터는 산책 겸 바깥 구경이에요
여긴 중국 로컬 마트인데요
첫 번째 마트 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람 폭발이네요
이렇게 시간 정해놓고 사람들은 내보내서 밀집도 올리는 신박한 발상은 뭘까요
온라인 구매와 택배를 풀어주면 이렇게 마트로 몰릴 일도 없는데요.
멀쩡한 사람도 병원에 입원시키면 없던 병도 생기잖아요
지금 상해가 그래요
이렇게 안 해도 넘어갈 수 있는 위기를 굳이 팔다리 묶어서
도시 전체를 병자로 만들어버렸어요
네 번째 마트로 갔어요
여기도 중국 로컬 마트인데 바로 지하철 역 앞에 있어요
닫혀있는 지하철역을 보니 심란하네요
.
흐를 수 있는 도시의 교통 혈관을 묶어서 이동 괴사를 만들어내는 이 상황..
여기는 수용소 매점인가 봐요
창살 안으로 직원에게 주문하면 가져다주는 방식이에요
양파하고 시금치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그냥 왔어요
집 근처에 공원이 2개 있어요
제가 좋아하던 산책길 한번 돌아서 왔어요
12시까지 돌아와서 11시 30분 정도에 집으로 왔어요
생각 같아서 11시 59분 59초에 돌아오고 싶었으나 쫄보라서요
그러다가 집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해요
집에 와서 배도 고프고 지쳐서 낮맥 한잔..
3시간 반 동안 14,543보 걸었어요 헥헥
제가 산 물건들이에요
62일 만에 나가 본 세상
16일부터 정상화한다던 상업 시설들은 문을 못 열고 있고
도시는 산소 호흡기로 간신히 숨만 쉬는 뇌사 상태였어요.
원래 젊고 건강했던 사람 강제로 뇌사 상태로 만들어서 산소 호흡기 달고 기도 삽관해놓은 것 같아요
그래도 나무들은 푸르고 나무 잎들은 반짝반짝..
4시간의 가석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네에 있는 중학교 담벼락에 붙어있는 선전물에 쓰여있는 이 두 글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자유``
이 두 글자 어디 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