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7일 금요일
15시 55분 비행기로 상해로 왔습니다. 중국 입국 전 PCR 1차는 양재동 삼광 의료재단에서 2차는 답십리 씨젠 의료재단에서 했어요. 지금은 중국 대사관에서 지정한 의료 기관이 아니어도 가능하지만 검사 비용과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동네 의료 기관보다 전문 검사 기관에서 하는 게 좋아요. 씨젠이 다른 검사 기관보다 체계적이고 신속하네요. 비용은 65,000원씩 두 번 해서 130,000원 들었어요. 지난해에는 한 번만 하면 되었는 데 반드시 지정 의료 기관에서 해야 하고 채혈도 했고 비용은 20만 원이었어요.
인천공항 동방항공 카운터는 12시 반부터 오픈인데 11시 반에 도착했어요. 카운터에 줄 서기 전에 직원 분들이 HDC, 1차 2차 PCR 검사지를 확인하기 때문에 시간 많이 걸려요. 줄 서는 동안 중국 해관에 등록해서 QR코드 받아야 해요. 이 코드는 여러 번 사용하기 때문에 잘 캡처해놔야 해요. 동방항공은 기내 수하물 무게 10Kg 규정이 있어서 신경 써야 해요.
보딩패스 받아 들고 마티나 라운지로 갔어요.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인천공항 라운지를 가보네요. 거의 3년 만에 가보는 마티나 라운지예요. 국물 떡볶이의 맛은 여전하네요. 반가운 마음으로 열심히 먹었어요. 이게 오늘의 마지막 식사이니까요.
비행기 안에 앉으니 떠나는 마음은 착잡합니다. 인조 때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는 김상헌이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라고 했던 마음이 이랬을까요. 제게 집은 어디일까요. 한국에서는 세법 상, 외국환 법 상 완벽한 비거주자 요건을 갖춘 제게 집은 어디일까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국경이 닫히기 전에는 마음대로 오고 가던 집이었는데요.
비행은 순조로웠습니다. 예정대로 푸동공항에 도착했지만 방역관이 오지 않았다고 기내에서 1시간 기다렸습니다. 이런 상황은 예상 가능해서 화도 안 나고 짜증도 안 나요. 내리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당연히 PCR 검사이죠. 검사받는 곳까지 길도 안 좋고 계단에 비포장 길도 있어서 캐리어를 끌거나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기 힘들어요. 배려라고 없는 PCR 검사과정이에요. 코에 면봉 넣고 5초동안 손가락을 세는 검사원을 보니 웃음이 나와요.
입국 심사대.. 방호복 입고 페이스 쉴드에 KN95 마스크에 장갑을 낀 이미그레이션 직원들을 보니 한국에서 출국 심사해주시던 모습과 비교되네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탄저균 정도로 생각하나 봐요.
여기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출국 심사 마친 입국자들을 목적지 별로 분류해서 격리할 시설을 배정하는 게 본 게임이에요. 지난해에도 2시간은 기다린 듯해요. AI로 모든 지 할 수 있는 이 나라에서 이런 아날로그 방식 일처리라니요. 내리면서 목적지 입력해서 배정하면 되는 데 굳이 사람들은 모은 후 목적지 일일이 물어봐서 시설을 배정해요. 배정 후 같은 호텔로 가는 사람들을 한 차에 태우는 데 이 과정에 도움은 없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짐 싣고 내려야 해요. 이럴 때 자율적이랍니다.
호텔에 내리면 QR 코드로 체크인을 해요. 여기서부터는 속도전입니다. 누가 누가 빨리 하냐에 따라서 체크인 순서가 정해져요. 저는 경험도 있고 이런 절차에 익숙하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은 힘들어요. 늦게 하는 분과 1시간 차이가 나기도 해요. 100M 달리기 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누가 빠른 지 속도전이에요.
이번에 끌려간 호텔은 푸동에 있는 예전 크라운 플라자 호텔이었던 곳이에요. 최악은 면했네요.
전 IHG 당이라서 이쪽 계열 호텔들에 익숙해서 다행이었어요. 지금은 격리 시설 전문 호텔로 쓰이지만 예전 크라운 플라자였던 흔적들이 남아 있어요. 한국에서 아침 10시에 집에서 나와서 호텔 방에 들어오니 밤 10시네요. 12시간의 고된 여정을 거쳐서 저는 상해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도 상해에도 제가 거처할 집은 있지만 제 집은 어디일까요. 일단은 10일 동안 있을 이곳이 제집이겠죠. 한국 집에 커피나무 묘목 심어놓고 왔어요. 제가 돌아갈 때까지 잘 크고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