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올해 크리스마스, 저희 집에는 산타 할아버지 대신 코로나가 왔어요.
7일 동안 집콕하는 동안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몰아서 보기는 탁월한 효능의 진통제였어요. 1987년부터 전개되는 과거로의 회귀,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진도준은 대한민국 경제의 전환점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자기를 죽인 범인 찾기와 순양가에 대한 복수를 차근차근 진행하면서 보는 사람에게 사이다를 안 마셔도 시원함을 느끼게 했어요.
15회까지 보면서 일부러 결말을 알 수 있는 글이나 영상을 보지 않았어요.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과 사건 전개가 재미있었거든요. 여주 서민영 검사와 진도준의 어색한 케미는 애교로 봐주면서요. 옥에도 티가 있다고 하니까요.
12월 25일 마지막 16 회를 보려고 손꼽아 기다렸어요.
중국에서 한국 실시간 방송 보려면 따로 셋톱 박스 설치해야 하고 이래저래 번거로워서 저는 매일TV라는 유료 사이트에서 보거든요. 밤 11시 한국시간으로는 12시 정도면 사이트에 업로드되어요.
평소에도 10시 좀 넘으면 자는 데다가 코로나 앓는 내내 일찍 잤는데 이날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안 자고 기다렸어요. 마지막 회가 올라오자마자 열심히 초집중해서 봤어요.
음.. 잠 안 자고 기다린 제 노력과 시간 돌려달라고 드라마 제작자에게 청구하고 싶네요.
16회짜리 흥미진진했던 드라마를 1회와 16회만 보면 되는 2부작으로 만들어 버리는 신기한 각색을 했어요.
순양가의 승계 싸움과 비자금 찾기의 희생양이 되어 머리에 총을 맞고 절벽으로 떨어진 윤현우가 1주일 만에 퇴원을 하는 기적을 보여주네요. 잘생긴 사람은 머리에 총알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도 머리를 밀지 않나 봐요. 코로나도 1주일 이상 앓아야 하는데 머리에 총알을 맞고도 1주일 만에 완전히 털고 일어나 멀쩡하게 한국으로 돌아온 윤현우가 결국 순양가에 대한 복수를 하지만 2회부터 15회를 안 봐도 이해가 되는 드라마가 되어버렸어요.
역대 최고의 드라마 반열에 오르네 마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치네 마네 했던 <재벌집 막내아들>은 어설픈 16회 하나로 그동안의 팬덤과 지지를 한방에 날렸어요.
2023년 1월 8일부터 중국이가 자기 집에 와도 된다고 하네요.
2020년 3월부터 제로 코로나 철벽 담장을 쌓고 정밀 방역이라는 고압 전류를 흐르게 하면서 절대 자기 집에 오면 안 된다고 하다가요. 2019년 11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3년 내내 자기 집 담장 밖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르겠고 우리 집만 지키면 된다고 했었는데요.
이제 담장을 허물고 이웃들 보고 자기 집에 놀러 와도 된다고 하네요. 중국이네 식구들도 나들이해도 된대요. 집 안에만 있어서 좀이 쑤시다 못해 근질근질했던 중국이네 식구들이 내년부터 캐리어 끌고 우르르 이웃집으로 이 집 저 집 놀러 가려고 해요.
지금 중국이네 집에는 3년 동안 눌려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데요.
저희 지행 (중국에서는 은행 지점을 지행支行이라고 해요. 지점장이 아니라 지행장支行长이라고 해요.)에서는 한 명 빼고 다 걸렸어요. 그 한 명도 언제 걸리지 몰라요. 지난주에는 은행 문을 닫았어요.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직원이 부족해서 업무를 할 수 없었어요.
제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안 걸린 사람은 한 두 명이예요. 북경보다는 상해 바이러스가 덜 독한 것 같아요. 북경에 있는 사람들이 아팠던 것보다 상해에서 걸린 사람들이 덜 앓은 듯해요. 북경, 상해, 광조우 이 세 곳의 바이러스가 다르다고 하네요.
3년 동안 중국이가 제로 코로나 한다면서 만든 정책과 제도는 <재벌 집 막내아들 드라마>의 전개보다 드라마틱했어요. 항상 놀랍고 예상을 뛰어넘었죠. 행적코드 行程卡, 헬스코드 健康宝, 장소마 场所吗에 수시로 봉쇄와 격리를 저글링처럼 돌리면서요. 굿판의 절정은 무당이 작두 타는 것이고 제로 코로나의 절정은 상해 봉쇄였죠.
반도체 회로 설계보다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렇게 코로나 방역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담장 허물고 집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이네 식구들을 다른 집에서는 좋아하지 않아요. 자기네만 살겠다고 담장치고 살 때는 언제이고 이제 같이 놀자고 하니 삐진 거죠.
다른 집에서는 중국이네 식구들을 오지 말라고 하기 시작했어요. 중국 발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국에서 중국 발 입국자의 입국 금지, 격리를 시행하던 2020년 1월과 지금 2022년 12월의 상황이 같아요.
<재벌 집 막내아들> 마지막 16회에서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살았던 17년을 건너뛰는 전개로 2회부터 15회까지 왜 찍었는지에 대한 허망함을 느꼈어요.
2020년 3월과 지금의 상황이 이렇게 같은데 3년 동안 왜 제로 코로나 했는지 허망해요. 그 시간 동안 위드 코로나에 대한 대책과 인프라를 만들었어야 하는데요. 중국이는 그 시간을 다 날려버리고 2020년 3월 원래 모습으로 회귀했어요.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은 배우 이성민 님의 멋진 열연을 남겼는데요.
중국이가 제로코로나로 보낸 3년은 *따바이 大白의 열연과 지급해야 할 출연료를 남겼네요.
*(흰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을 가리키는 말, 중국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처럼 코로나 방역에서 방호복을 입고 완장 질을 했던 사람들을 비웃는 뜻도 있어요)
일부 지역에서 방역요원들의 임금 청구 시위가 있었고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실직한 방역 관련 직업 종사자 수가 1,2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