广富林文化遗址
2021년10월, 북경에서 상해로 이사한 저는 상해하고 친해질 시간도 없이 70평방미터 아파트에서 하얀 벽에 갇혔어요. 상해는 도무지 저한테 왜 이럴까요 하는 생각 하면서 상해는 어디서 생겼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어요. 10년 동안 북경 살면서 한 번도 북경의 유래가 궁금하지 않았는데요. 그때는 챗 GPT가 없으니 손가락 운동을 했어요. 우리가 상해하면 생각나는 멋진 야경의 와이탄, 으리으리한 스카이라인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푸동의 빌딩숲은 1,843년 전에는 없었어요.
상해는 물고기 잡던 작은 어촌이었고 상해의 중심지는 푸동과 와이탄이 아니라 송장松江이라고 하네요. 지금은 상해에서 송장하면 시골 동네.. `시내에서 너무 멀어요` 하는 외곽지역이지만 아편전쟁으로 상해가 개항하기 전까지 상해의 중심은 송장이었어요. 송장부 상해현 松江府 上海县이었대요. 광푸린이 상해의 뿌리라는 거예요. 검색을 통해서 본 광푸린 문화 유적지 사진은 예쁘고 특이했어요. 물에 잠긴 건물의 모습.. 이 사진만으로도 제 호기심과 관심을 펌핑하네요. 지난해 10월과 올 7월에 광푸린을 갔었어요.
광푸린 문화 전시관은 물에 잠긴 모습이라 영어로 Water house 혹은 Water museum으로 불려요.
광푸린 문화 유적지 전체 면적은 15만 제곱미터라고 하네요. 무료로 개방하고 문화전시관, 유물전시관은 30위안씩 입장료를 받아요. 가장 핵심은 문화전시관이에요. 전시관은 수심 2m에서 시작해서 수심 6m까지 내려가요. 신기하죠. 어떻게 공사를 했을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열심히 보면서 유추한 결론은 이 지역의 물을 빼고 공사를 한 후 다시 물을 채웠다는 거죠.
1958년, 송장 지역의 농부가 수로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면서 신석기시대에 쌀을 경작하는 농경을 했고 집단 거주와 주택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광푸린 문화 유적들이 발견되어요.
전시관에는 4,000여 년 전 농경문화와 집단거주, 종교,계급, 통치체제를 보여주는 유물,유적에서 시작해서 근대 상해까지의 모습을 쭉 보여줘요. 몇 천년을 시간 이동하면서 보는 기분이에요. 들어가면 발굴현장을 재현해 놨어요. 발굴하는 모습의 인형들은 마치 사람 같아서 몇 번씩 쳐다보게 되어요. 모든 표지는 영어 한 글자 없이 깔끔하게 모두 중국어로 표기되어 있어요. 한자 읽기 힘든 사람은 파파고 이용하면 되어요. 파파고로 사진 찍어서 텍스트 추출하면 한글로 번역이 되네요. 다 맞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무슨 말을 하는지는 파악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량주문화의 무덤 32개, 광푸린문화 무덤 8개(2008년 출토)를 비롯해 아궁이,우물,연회장 등 300여 개가 넘는 유적이 발굴되었어요. 광푸린 문화는 하상夏商 시대의 마치아오马桥 문화, 춘추전국시대의 오월吴越문화로 발전해요.
1961년, 고고학자들은 광푸린 유적이 마자방문화马家浜文化와 송저문화崧泽文化 사이에 형성된 량주문화良渚文化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해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3차 발굴 때는 한나라 때 건축 유물이 출토되어요. 광푸린 문화는 타이후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송저, 량주, 광푸린문화로 구분했고 황하 유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상해에 정착한 첫 번째 이민자 그룹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B.C.4,300~ 4,000년대까지 장강长江 하루 지역, 타이후太湖를 둘러싸고 발달한 허무두河姆渡 문화를 뿌리로 마자방문화와 량주문화를 이어서 발달한 신석기 시대 말 문화, 상해에서 발굴된 최대규모의 규모의 광푸린문화는 상해가 단순한 해변마을이 아니라 문화가 있었던 도시였다는 것이 알리는 고고학적 의미예요.
광푸린 문화전시관을 나와서 논을 가로질러서 건너편에 있는 고고학 전시관으로 갔어요.
유적지 중간에 여기 신석기 농경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지 실제 벼를 재배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창경궁 비원에 있는 창의정에서도 작은 논이지만 실제 벼를 재배하고 추수하는 것과 비슷해 보여요.
고고학 전시관도 입장료 30위안, 출토된 유물과 토기 위주로 전시해 놨어요. 황하 지역의 토기들과 색상,장식 면에서 차이를 보이네요.
광푸린에서 출토된 뼈바늘을 조형물로 세운 골침광장骨针广场, 상하이 타워 52층에 있는 핫한 책방 두어인수위앤朵云书院도 있어요.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물에 잠긴 아름다운 건물들과 유적지,봄이면 매화 가을에는 낙엽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원이에요. 지금은 상해 외곽의 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한때 송장부 상해현이었을 정도로 사회,정치, 문화의 중심이었던 송장에서 상해가 시작되었네요.
세계에 어떻게 문명이 4개만 있었겠고 중국이라는 넓디 너른 땅에 황하문명 하나만 있었겠어요. 이렇게 여러 지역에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있었다는 흔적이 많은데요. 1978년, 북경대 쑤빙치 苏秉琦 교수는 중국 문화가 여러 지역에서 서로 주고받으면서 공동으로 발전했다는 구계유형론을 주장해요. 중국이는 황하를 중심으로 앙사오仰韶, 롱산龙山문화를 낳은 황하문명으로 중화민족은 단일한족이라고13억 인구를 하나로 묶고 싶어해요. 중국 여러 지역에 황하말고 장강을 따라 발전한 신석기시대 유물과 유적이 이렇게 많은대요.
4,000여년전, 신석기 시대 찬란한 광푸린 문화는 물 속에서 지금도 빛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