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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ul 17. 2023

데카트론 아니고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데카트론 아니고 데카메론이다. 스포츠 용품 브랜드 데카트론과 비슷한 데카메론 

1348년,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에서 7명의 귀족 부인과 3명의 귀족 청년이 열흘 동안 각자 한 개씩 이야기를 했다. 모두 100편의 이야기이다. 낯선 지명과 인명, 문화의 이야기. 한 때 가톨릭의 금서였던 이 책이 700년이 지난 지금도 왜 읽히고 주목을 받을까.. 궁금했다.


지루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사랑, 질투, 어리석음, 재치, 고난 그리고 관용의 이야기

지금 기준에서 보면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이야기인데 왜 이 책이 레전드가 되었을까

읽는 내내 호기심이 몽글몽글했다. 


우리는 3년 동안 펜데믹이라는 역대급 시련을 겪었다. 

코로나는 약자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가혹했다. 있는 자와 권력자들은 그때도 역병을 피할 공간과 시간, 돈이 있었다. 페스트를 통해 이탈리아 인구의 절반이 줄었다고 한다. 일상의 붕괴와 이별은 사람들에게 가치관의 혼돈과 허무, 공허를 안겼다. 기존 체제의 흔들림, 산다는 것이 뭐지 하는 허무와 솔직해지고 싶었던 마음.. 보카치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을까.. 중세 유럽은 상업 사회로 발전하면서 도시라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면서 기존 영주와 공동체 위주로 형성된 권위와 인간관계를 흔든다.


1편 자유주제

2편 고생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 

3편 꾀로 원하는 것을 얻는 이야기 

4편 슬픈 사랑 이야기 

5편 행복한 결말의 사랑 이야기 

6편 임기응변으로 어려움을 피하는 이야기

7편 배우자 속이면서 연인과 즐기기

8편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9편 자유주제 

10편 관용 


타락한 종교를 보고 오히려 신앙을 가지고 된 아브라함

카프로스 초대 국왕의 자존심을 건드려 왕의 역할을 하게 한 이야기

잔꾀를 부리다가 오히려 본인이 그 꾀에 말리게 된 마르텔리노 

수도원장의 아기를 자기의 아이로 키우게 되는 페론도 이야기

은화를 도금해서 자기를 농락한 귀족에게 가짜 돈으로 나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논나 데 풀치 부인의 이야기 

남편의 꿈을 믿지 않다가 그 꿈대로 다치게 되는 이야기 


있을 법 하지만 실제로 있었을까 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데카메론은 솔직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있다. 육체가 없는 인간은 없다. 

육체는 욕망을 가진다. 욕망이 없는 인간은 없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성직자들의 욕망, 여성들의 욕망 심지어 동성애자의 욕망까지 지금도 드러내기 힘든 욕망을 드러냈다. 어느 부분은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하드코어에 막장이다. 


밑줄 칠만한 표현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번역은 서툴고 거칠다. 예전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대부분 원어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아니라 일어로 번역한 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2차 번역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든다. 조사, 단어에서 일본식 표현이 많았다. 불필요한 조사가 많아서 매끄럽지 못했다. 반복되는 내용이 많고 지루했지만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나를 설득하면서 읽었다. 


중세까지 미술은 종교를 위해 존재했다. 

신과 신화를 그렸다. 르네상스 시대 인본주의 영향으로 비로소 미술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감정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문학은 신과 신화의 이야기였다.

 보카치오는 하늘의 이야기였던 문학을 땅으로 인간의 옆으로 끌어내렸다. 그래서 데카메론이 고전이 된 것 아닐까 


보카치오는 이렇게 말했다. 글로 남기지 못할 부적절한 이야기는 없다고.

다음에는 단테의 신곡을 읽어봐야겠다. 


브루넬리스키의 그림들이 많아서 유심히 봤다. 천재 화가 브루넬리스키가 데카메론과 관련된 그림을 이렇게 많이 그렸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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