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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유학생 지정 이벤트를 보고

한 놈만 살아남기

by 안나

오랜만에 본캐로 글 쓰네요. 부캐는 안나예요.

카카오뱅크에서 유학생 지정 이벤트를 하네요. 유학생 지정을 하면 3만 원을 주고 지정 후 5,0001 불 이상 해외송금하면 3명을 추첨해서 1,000만 원 준다는 내용이에요. 내용만 보면 매우 솔깃하죠. 지금까지 시중대형은행들이 해왔던 이벤트 하고 확실히 다른 당근을 주네요. 세상에 공짜 점심도 없지만 공짜 당근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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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외국환지정을 하려면 해외학교 재학증명서(입학허가서), 여권이 필요해요.

재학증명서나 입학허가서에 언제까지라는 기간이 표시되어 있지 않으면 보통 1년을 지정해 줘요. 기간이 표시되어 있으면 그 기간까지 지정해 줘요. 적어도 1년 동안은 카뱅에서만 유학생송금을 해야 해요. 물론 지정 취소 후 다른 은행에서 다시 지정해도 되지만 서류를 또 준비하고 제출하니 귀찮겠죠. 3만 원이라는 캐시백으로 이렇게 유학생지정을 유도하는 거죠.


해외송금을 하려면 중개은행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한국 카뱅에서 캐나다 몬트리올 뱅크로 송금하려면. 한국카뱅하고 캐나다 몬트리올뱅크 하고 바로 자금을 주고받을 수 없어요. 이렇게 바로 자금을 주고받으려고 하면 데포(총 쏘는 대포 말고 Depositary의 데포) 계좌가 있어야 하는 데 따로 계약도 해야 하고 서로 자금도 예치해야 하고 신뢰도 있어야 해요. 실시간으로 자금 받아서 해외 송금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어느 정도 서로 판돈 깔아놓고 그 판돈 범위 내에서 자금 안 왔어도 먼저 자금을 보내주는 방식이죠. 하루종일 자금 주고받다가 일정 시간에 더 줬으면 돌려받고 덜 줬으면 더 주고 서로 정산하고 내일 다시 만나요 하고 바이바이 Bye Bye 해요.


모든 은행하고 다 데포계좌를 만들기도 힘들고 복잡하니 큰 형님들이 나서요. `내가 중개해 줄게` 근데 나한테 통행료(릴레이차지, Relay Charge) 줘야지 하면서요.


대표적 큰 형님으로 J.P.Morgan, SC Standard Chartered , CITI 있고 HSBC도 있어요. 큰 형님들은 통행료로 보통 5~25달러 정도 받아요. 거래은행의 크기, 금액에 따라서 싸게 해 줄 때도 있고 비싸게 받을 때도 있어요. 그건 거래은행과 큰 형님과의 신뢰도, 거래한 기간 등에 따라서 달라져요.


신설은행 카뱅이 이런 큰 형님들과 다 관계를 맺기 쉽지 않아요.

외환이라는 게 업력이 필요해요.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신뢰가 있어야 하거든요.


지금 보면 카뱅은 달러송금은 CITI에 넘기고 자체적으로 SWIFT 전문 발송하는 것은 JPY, PHP, THB이네요.

CITI은 어느 나라 어느 통화도 보내줄 수 있는 큰 형님이에요. 큰 형님이 한번 수수료 받고 그쪽 나라 큰 형님이 한번 수수료 받고 최종 지급 은행에서 수수료 받으면 유학생 지정하고 3만 원 캐시백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중개은행 수수료가 나올 수 있어요.


3만 원이라는 캐시백과 혹시나 당첨되면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단 시장에서 고객들을 모으고 나중에 제대로 제 비용을 다 받는 플랫폼의 특성을 뭐 하고 할 수 없어요. 한 놈만 살아남은 게 플랫폼의 운명이니까요. 살아남은 한 놈이 결국 플랫폼을 좌지우지 자기 맘대로 흔들고 그 플랫폼에 휘둘려야 하는 것은 플랫폼을 선택한 우리들의 몫이에요.


오래간만에 어렸을 때(갓 입행했을 때). 언니들에게 혼나면서 외환송금 배웠던 것이 생각나서 적어봤어요.

그때는 대표적 중개은행 코드 (예를 JP) 못 외우면 그래서 언제 송금하냐고 혼나고 그랬어요..


그때 그 언니들 지금 어디에 계신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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