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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Oct 28. 2023

살아있는 문화유산의 도시, 캔디 불치사

캔디 불치사 SriDalada Malgawa



스리랑카는 매월 음력 15일이 뽀야데이라고 해서 부처님 오신 날처럼 지내요.

그날은 모든 상점이 쉬고 특히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요.

스리랑카 국보 1호인 부처님 치아사리가 있는 캔디로 가는 길이 막힐 거라는 가이드 말에 점심 통과하고 바로 캔디로 갔어요.

캔디 도착하니 벌써 5시가 다 되었어요.

캔디 불치사는 스리랑카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에요. 예전 왕정 시대에 불치가 있어야 왕이 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수도를 옮길 때마다 부처님 치아사리도 같이 모시고 다녔대요. 지금도 너무너무 중요한 보물이고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영혼 같은 거예요.

검문하는 곳, 남녀가 따로 입구있어요.

들어가는 입구에서 소지품 엑스레이 검사, 바디체크(공항처럼 하지는 않지만 암튼 해요)해요. 불치사 주변에는 차를 정차할 수 없어요. 바리케이드 쳐 놨어요. 입장료는 2,000루피, 신발 보관하는 장소에 유료로 맡길 수 있어요.

현지인들 신발 맡기는 곳은 무료로 있더라고요. 스리랑카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은 다 불치사에 온대요. 몇 번씩 오는 사람들도 있고요. 좋은 일이 있어도 오고 힘든 일이 있어도 오고..

불치사는 24시간 개방되어 있고 항상 기도하는 사람들도 가득해요.

사원에 올 때는 주로 하얀 옷을 입고 온대요. 남자들은 휜 윗도리에 바지를 입고요. 여자들은 위아래로 흰 옷을 입어요. 사원 밖에는 부처님에게 공양할 꽃, 향을 파는 노점들이 많아요.

불치는 함에 넣어서 별도의 전각에 있어요.

함의 열쇠는 4개래요. 불치사 큰스님 하고 대통령 하고 총리하고 불치사 수석 관리인, 이렇게 4명이 열쇠를 나눠서 가지고 있어요. 부처님 치아 사리가 들어있는 함을 열려면 4명이 다 모여야 한대요.

불치사리함이 모셔져있는 전각

하루에 3번 공양 시간에 함이 들어있는 전각의 문을 조금만 열어요. 그때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대요. 1년에 한 번, 8월에 사리가 들어있는 함과 불치사에 있는 보물들을 코끼리 등에 실어서 캔디 시내를 도는 에살라 페라헤라 Esala Perahera 행사는 유명해요.

불치 사리함 전각 문을 여는 곳에 모여 있는 현지분들

우리나라에서 하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행사하고 비슷해요.

홈페이지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행사이고 2024년도 페라헤라 행사를 볼 수 있는 자리는 벌써 예약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어요.

페라헤라 떄 쓰이는 행사용품들

예전 영국 식민지 시절, 부처님 치아 사리를 영국군이 보관하면서 페라헤라 행사를 못하게 했대요. 스리랑카는 가뭄이 들었고 스리랑카 사람들이 부처님 치아사리를 돌려 달라고 계속 부탁하자마자 마지못해 영국군이 사리를 돌려줬고(누가 알면 자기네 것인 줄) 페라헤라 행사를 했더니 그해 비가 엄청 내렸대요.


지금도 스리랑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비가 많이 내리면 부처님 치아 사리비라고 한대요. 그 정도로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소중하디 소중한 부처님 치아사리예요.

40년  간 부처님 치아사리함을 등에 이고 페라헤라 행사를 한 코끼리 박제상

페라헤라 행사를 할 때 부처님 치아사리가 든 항아리를 이는 코끼리가 제일 중요한데 엄격한 요건과 심사를 거쳐 선발된대요. 그중에서 지금 불치사에 박제되어 있는 코끼리는 무려 40년 동안 부처님 치아 사리를 등에 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대요.


코끼리가 죽었을 때 온 국민이 슬퍼했고 지금 박제해서 불치사에 모셔져 있어요. 스리랑카 대통령도 불치사에 오면 이 코끼리에게 인사했다고 하니 스리랑카 서열 1위는 부처님 치아사리를 이는 코끼리예요.


코끼리가 유명해진 이유는 행사할 때 거리를 잘 걷기도 했지만 행사 중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코끼리들은 흥분해서 대열에서 이탈하고 물건들은 떨어뜨리고 행렬에서 이탈하고 그랬을 때도 이 코끼리만은 침착하게 부처님 치아사리를 이고 있었대요. 스리랑카 국가 서열 1위(?) 할 만하죠.


6시 반 부처님 치아 사리 전각 문 조금 열어주는 의식을 한다는데 스리랑카 전역에서 불치사리함을 보기 위해 오신 분들도 있는데 관광객이 자리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나왔어요.

다음 날 새벽에 다시 갔어요.

어제저녁과 달리 아침공양을 위해 밥을 지어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밥 위에 덮은 천과 종이까지 다 걷어 검문하네요. 폭탄 탐지견과 무장 경찰들도 곳곳에 있어요. 불치사 안에서 아침 공양과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바라봤어요.

식민지지배 500년 동안 불교를 탄압하고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했지만 스리랑카 사람들의 80%는 여전히 불교를 믿어요. 불교 탄압을 받아서 그런지 스리랑카는 모든 종교를 포용해요. 곳곳에 이슬람, 힌두사원,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런 면에서 사람들이 스리랑카에 오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나 봐요.

불교가 시작된 인도에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불교는

이곳 스리랑카에서 사람들의 삶과 정신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네요.


신은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의 곁에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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