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탈의 트리거-실론 시나몬
해변산책을 하려던 제 꿈은 쏟아지는 비로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터틀비치 주변에 거북이보호소가 여러 군데 있대요.
공식으로 하는 곳도 있고 개인들이 하는 곳도 있대요. 저는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다는 한 보호소를 갔어요. 동네 안에 숨어 있어요. 호텔해변 비치경비소에 물어봤더니 안내해 주셨어요.
거북이알을 부화시켜서 6개월 정도 되면 모래사장에 놔주면바다로 간대요. 갓 태어난 거북이부터 5년 된 거북이까지 있어요. 거북이이건 사람이건 강아지이건 일단 애기들이 귀여운 것은 불변의 진리예요. 애기거북이들은 등껍질도 아직 투명하고 살도 연해요. 만져봐도 된다고 했는데 혹시나 거북이들이 다칠까 봐 안 만졌어요. 좀 큰 거북이는 들고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네요. 5년 정도 된 거북이는 건드리니까 성질내요. 입장료는 도네이션을 받는다고 하네요. 적당히 달러 넣고 왔어요.
크루즈 하러 가요.
계속해 내리던 비가 이때 고맙게 멈춰 주네요. 마두강은 인도양으로 흘러가기 직전의 발라피티야 Balapitiya 지역을 흐르는 강이에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어 2004년 람사르 협약에서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대요.
크루즈는 1시간 정도 하는데 만 루피 ( 42,000원 ) 정도예요500루피는 팁으로 드렸어요. 맹그로브 숲도 지나가고 여러 군데 둘러볼 수 있어요. 수상시장처럼 상점도 있어요.
저는 제일 관심 있었던 시나몬섬에 들렀어요. 스리랑카 시나몬은 실론시나몬으로 톡 쏘는 맛보다 달달한 맛이 좋대요.시나몬나무도 실제 보고 껍질 벗기는 것도 봤어요. 껍질 벗기는 게 기술이라 필러라고 부르는 기술자가 한대요. 일이 고되고 힘들어 필러를 하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고 하네요.
시나몬 말린 것도 한 봉지 샀어요. 시나몬은 얇고 작을수록 고급이래요. 돌돌 말린 게 종이를 말아놓을 것 같아요.
차로 마시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앗 어디 갔지..
터틀비치에서 콜롬보까지 가는 해안철도는 누와라엘리야에서 엘라 가는 길만큼 유명해요..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달리는 철도길이 아름답다고 하네요. 아름답지만 이 기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고달픈 일상이에요. 바로 해변을 따라 철길이 있어요.
중간에 벤토타를 들렸어요. 여기도 유명한 휴양 도시래요. 시나몬, 제트윙 등 유명한 호텔과 리조트들이 많아요. 벤토타 해변 잠깐 보고 다시 콜롬보로 갔어요. 1시간쯤 걸려요. 콜롬보에 가니 차도 많고 신호등도 있고 갑자기 높은 건물들도 보여요. 어색했어요. 스리랑카에 와서 7일 만에 스리랑카 제1의 도시인 콜롬보에 왔어요.
정향, 후추와 더불어 인류의 3대 향신료인 시나몬을 얻기 위해 유럽인들의 대항해가 시작되었죠.
인도의 풍부한 향신료를 얻기 위해 오던 유럽 배들은 태풍으로 인해 항로가 바뀌면서 우연히 스리랑카로 오게 되어요.
스리랑카의 시나몬을 비롯한 향신료를 얻기 위해 포르투갈이 갈레를 점령했고 네덜란드가 포르투갈을 쫓아내고 본격적 시나몬 재배를 시작해요.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던 시나몬을 농장재배와 공장가공을 통해 수확, 생산량을 늘려 동인도회사를 통해 실어 날랐죠.
스리랑카의 질 좋은 시나몬은 아이러니하게 수탈과 식민지 지배의 트리거가 되었어요.
이제 실론시나몬은 홍차와 더불어 스리랑카는 대표하는 빛나는 축복이지만
500년 식민지 수탈을 시작하게 한 서러운 눈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