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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양-항저우 태양의 서커스와 잠실 루치아

by 안나



항저우를 흔히 천당이라고 해요.

얼핏 들으면 거부감 드는 이 표현이 실제 항저우에 가 보면 지나치지 않다고 느껴져요. 일단 덜 추워요. 제가 사는 상하이도 제주도보다 남쪽이라 집안은 춥지만 바깥은 실내보다 덜 추워요. 항저우는 그런 상하이보다 따뜻해요. 사람이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춘 거죠. 겨울에도 안 추우니 항상 경작이 가능해요. 먹는 것만 풍부한 게 아니라 마실 것도 풍부해요. 항저우 롱징차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차이고 실크는 두말해 뭐해요. 실크로드는 항저우에서 시작되었어요.


몇 번 아니 몇 십 번을 갔을 항저우인데도 아직 가봐야 할 곳, 느껴야 할 곳이 있는 곳이에요.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신 <태양의 서커스>를 보기 위해 갔어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에서 길거리 유랑공연에서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는 이제 매출 10억 달러가 넘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이고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유치하고 싶은 명품공연이 되었어요. 지지 않은 해는 없듯 영원히 빛날 것 같았던 태양의 서커스는 2015년에 사모펀드가 인수했어요. 프랑스 클럽메드를 인수해서 유명한 푸싱그룹이 지분 25%를 투자해요.


중국이 서커스의 나라라는 것은 누구나 알아요. 묘기, 곡예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태양의 서커스가 가진 스토리, 음악, 연기를 따라갈 수 없었던 중국 항저우에 2018년 10월 23일 전용관을 세우며 화려하게 진출했어요.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혹독했죠. 태양의 서커스도 매출 0을 찍으면 위기에 몰렸지만 투자자가 다시 나서면 화려하게 떠올랐어요. 세계에서 상설공연장은 항저우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항저우 동역은 매우 복잡해요. 지하철로 갈 수 있어요. 알리페이에서 지역을 항저우로 바꾸면 바로 큐알코드로 탈 수 있어 편리해요 생각보다 극장은 평범했어요, 태국 방콕 시얌 나라밋쇼나 중국에서 천고정 이런 쇼를 보러 가면 들어가는 입구보다 놀이공원에 들어가는 설렘을 느끼게 하는 데 마치 연극을 보러 가는 듯 너무 평범한 극장 모습이었어요.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은 씨트립이에요. 오만 것 다 할 수 있는데 입장료 구매는 중국인만 되어요. 정 제가 하고 싶은데 고객센터와 연락해 전산을 바꿔서라도 하지만 입장료 구매로 그렇게까지 애쓰기 싫어 그냥 한국 플랫폼에서 했어요. 무대가 움직이니 자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제일 저렴한 C석으로 했어요. 여행사에서 받은 큐알코드로 입장권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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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페트라 Petra 하고 아리아 Aria 2개 섹션이에요. 저야 처음 보니까 뭘 봐도 상관없이 그냥 자리 있는 대로 했더니 페트라 쪽에서 보게 되었어요. 페트라 하고 아리아는 주인공 이름이에요. 공연은 1/3은 다른 장면과 각도를 보고 2/3은 같은 공연을 봐요. 그래서 결국 양쪽을 다 보게 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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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본 페트라 공연은 놀라웠어요. 아이맥스+어트랙션+뮤지컬(오페라)+곡예를 합친 느낌이었어요. 상설극장답게 무대를 확실하게 사용하네요. 배우들의 연기 말고도 대형화면과 무대효과를 극대화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게 탁월했어요.


항저우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감동을 받는 저는 한국에서 하는 태양의 서커스도 보고 싶어 졌어요. 2023년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한국에 3일 갔다 왔는데 그 짧은 시간에 보고 왔어요. 급하게 예약하느라고 한 자리 남아 있는 것 간신히 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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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는 서양 배우들이 많아 체격도 비교적 크고 근육도 더 많아 몸이 더 크다는 느낌이었어요.


항저우 객석은 상설극장이라 객석 회전은 물론이고 앞뒤로 전진과 회전도 가능해요. 극장 4면을 모두 대형스크린으로 사용하고 관객도 공연 일부가 되는 입체적 공연이에요.

잠실은 임시무대라는 특성상 회전만 가능해 상대적으로 무대 구성이 단조로워요. 스크린 사용이 없어 배우들에게 집중할 수 있지만 풍성함이 덜하네요.


항저우 태양의 서커스는 <아리아> <페트라> 두 왕국이 악의 무리에 의해 갈라졌다가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그려 스토리에 몰입되어요.

잠실 <루치아>는 멕시코 관광청 홍보 프로그램 같은 느낌도 있어요. 멕시코 문화, 특성을 잘 보여주는 구성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단연 최고예요. 스토리보다는 여러 개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요.


비용면에서는 항저우 압승이죠.

VIP석도 15만 원이면 가능하고 C석도 6만 원인데 좌석과 무대가 회전에 어느 자리에 앉아도 큰 차이가 없어요. 제가 아리아 B석에서도 봤는데 위치보다는 거리네요. 돈을 더 내니 확실히 배우와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네요.


잠실 VIP좌석은 확실히 배우무대 다 잘 보이고 배우들이 인사나 공연할 때 VIP존에서 잘 보이는 구성으로 비싼 돈 낸 관객들은 확실히 챙겨 주네요.


좌석은 항저우는 상설극장이니 당연히 널널하고 편해요.

잠실은 다닥다닥 옹기종기 앉아 옆 사람과 친구가 되는 느낌이에요.


잠실 공연에서 물공연을 한 장치(워터레인)가 상하이 인터컨티넨탈 원더랜드 로비에 본 장치와 동일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위터레인 하나 설치했다는 것이 기사거리가 되는 데 중국에서는 일개 호텔 로비에 있으니 역시 차이나는 차이나예요.


중간에 워터레인으로 여러 예쁜 무늬와 형상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이미 한번 보니 새로움이 덜 하긴 하네요.


잠실 <루치아>를 보고 난 저는 또 다른 아쉬움을 느껴요. 항저우 공연이 너무 좋아 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한번 보면 또 보게 된다는 말처럼 <태양의 서커스> 아리아 편을 보러 다시 항저우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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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쪽에서 보니 또 스토리가 다르게 느껴져요. <태양의 서커스>는 훌륭한 공연이에요. 아티스트들도 상주하니 생활 안정성이 높죠. 직장인처럼 주 5일 근무라 월, 화는 쉬어요. 극장도 전용극장이라 무대장치, 객석 활용이 가능해요. 아티스트의 연기, 공연 다 좋아요. 양국에서 태양의 서커스를 3번 본 저는 행복한 사람이죠. 이 대단한 공연을 상설극장으로 유치하는 항저우의 경제력, 끊임없이 공연을 봐줄 수 있는 중국의 관광객, 대단하다는 것은 분명하죠.


항저우 태양의 서커스 볼 때 아리아 쪽 B석이 가성비 제일 좋다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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