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SU7
지금은 상하이에 사는 안나이지만 전 베이징에서 10년을 살았어요.
제가 베이징에 살 때, 저는 중국 베이징 왕징에 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경상도 울산에 사는 느낌이었어요. 제 주변에 계신 분들은 99% 경상도분들이셨어요. 현대자동차가 울산이다 보니 협력업체들도 경상도에 몰려 있어 그렇대요.
경상도 사투리는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들어봤어요. 자취하던 포항에서 동기가 `살` 사러 간다고 해서 기겁했어요. 어떻게 `살`을 사나고요? `살` 말고 `쌀` 해보라고 놀렸어요.
한국에서 은행 다닐 때는 그렇게 사투리를 들을 일 없었는데 중국에 오니까 오시는 분들이 다 사투리를 쓰시는 거예요. 제 귀에는 부산 사투리나 대구 사투리나 똑같이 들리는데 경상도분들은 신기하게 다 구분하시네요. 그렇게 경상도 분들 사투리 속에서 저는 분명히 은행을 다니는 데 마치 현대자동차를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현대자동차 월급날이 25일이거든요. 그날만 되면 객장은 북적북적. 현대자동차 벤더 결제일에도 북적북적.. 울산이 킹덤 오브 현대이듯 2015년도까지 왕징도 화려한 킹덤 오브 현대였어요. 이과 머리 1도 없는 문과 머리 100% 인데 주변에서 매일 자동차 관련 이야기 듣다 보니 대충 자동차 관련해서 하는 이야기는 다 알아들어요. 서당개도 3년이면 된다는데 전 10년을 들었거든요. 그동안 중국 내연 자동차의 거친 도전이 있었어요. 제가 홍치 红旗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홍치 타보고 손뼉 쳤어요. 아직 현대차, 밥 먹고 살 수 있다고.. 외장은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와 디테일에서 아직 우리나라가 앞서요.
엔진 기반의 전통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시대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어느 벤더 업체 분 하시는 말.. 전기차는 엔진과 미션이 없어도 되니 개나 소나 다 차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금은 포기했지만 애플도 바이두도 전기차 만들겠다고 했고 화웨이, 샤오미도 전기차를 한다고 했어요.
춘추전국시대가 아니라 전기차전국시대가 되었죠. 지금 중국에서 굴러다니는 전기차는 많아요. 종류도 다양해 차 모양만 보고 어느 브랜드인지 몰라요. 전기차 쇼룸은 쇼핑몰에 여러 브랜드가 있어 유심히 안 보면 같은 브랜드 쇼룸이 여러 개 있는지 알 정도예요.
호텔 예약할 때 전기차 충전기 여부가 같이 표시될 정도로 전기차는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어요. 지난주 샤오미가 드디어 전기차 SU7를 출시했어요. 첫날 25만 대가 예약되었다는 소식에 좀 씁쓸했어요. 차를 만들 때 내연 휘발유 자동차는 최저 5만 대는 생산해야 손익분기점이고 10만 대는 넘겨야 간신히 개발비, 투자비 건지고 20만 대 넘겨야 돈 좀 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요. 전기차는 최소 30만 대는 생산해야 손익 넘긴다는데요. 며칠 만에 전기 자동차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겨 버리네요. 길거리에 저 차 굴러다닌다 할 정도면 10만 대는 팔려야 한대요.
점심시간에 휴대폰 보호 필름 교체할 일 있어 쇼핑몰 지하 1층에 갔어요.
올레 Ole라는 큰 슈퍼가 있는데 그 앞에 샤오미 매장 있거든요. 지나가는데 웅성웅성, 샤오미 SU7를 전시하고 있어요. 앱에서 시운전 예약한 사람들이 와서 차를 보고 타보네요. 실내라 실제 운행을 할 수는 없지만요. 차량 색깔 눈에 확 띄고 모양은 작은 테슬라 같아요. 21.9~29만 위안 (4,000~5,400만 원대 가격)이면 살 수 있어요.
애플은 전기차 포기했고 화웨이는 ODM으로 브랜드만 화웨이인 전기차를 만들며 자율 주행에 집중하고 있고 바이두도 전기차 포기했는데 샤오미는 기어이 5년에 자체 생산 전기차를 만들었어요. 전기차를 쇼핑몰 같은 생활공간에 언제든지 구경할 수 있고 야채 시키듯 앱에서 살 수 있어요.
기존 내연 자동차를 보고 구입하던 기존 관행과 걸리던 시간에 비하면 이제 자동차를 레고블록 사는 것처럼 간단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실제 샤오미 전기차 성능이 어떨지 아직 몰라요. 전기차 업체 중 이익 나는데 테슬라, BYD, Li-Auto정도예요. 샤오미는 배터리로 시작해 가성비 좋은 가전제품 쏟아내며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선물이 되었는데요.
샤오미가 만든 전기차 SU7 은 큰 장난감일까요?
가성비 좋은 테슬라 대항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