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자장면
우리 DNA에 색이 흐른다면 까만색, 빨간색, 브라운색도 있을 거예요.
자장면 혹은 짜장면이라 불리는 면에 들어가는 춘장의 검은색(물론 캐러멜 소스 들이부은 색), 길거리 식품이자 모든 질병과 비만에 공동의 적이라는 떡볶이 고추장의 붉은색, 군대만 가면 무조건 먹고 싶어 진다는 초코파이를 코팅한 브라운 초콜릿 색.. 이 세 가지 색은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우리의 DNA 색이에요.
자장면은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에요.
누가 뭐라 해도 중국 음식이에요. 중국집이라 부르는 중국식당에 가 먹는 제일 유명한 중국음식이지만 중국음식이 아니죠. 제가 처음 중국 베이징에서 라오베이징자장면老北京炸酱面을 먹게 되었어요. 원조 중의 원조, 베이징에서 정통 자장면을 먹게 된 제 기대는 제 앞에 놓인 하얀 면 위에 약간의 막된장 소스와 가늘게 썬 야채가 조금 얹어진 원조 자장면을 보며 전기코드 뽑힌 냉장고 안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녹아 없어졌어요.
라오베이징자장면은 좀 짜요. 한국 자장면에 풍성하게 들어가는 양파, 양배추 등의 야채대신 생 야채가 조금 있어요. 가공식품과 화학첨가제라는 비판을 받아도 설탕과 캐러멜 소스가 들어간 윤기 자르르 흐르는 자장소스 대신 콩알 그대로 보이는 전통 발효 춘장 색깔은 장독대에서 방금 퍼온 된장 같아요. 그나마 밀가루를 사용해 수타로 뽑은 쫄깃한 면 맛만 비슷하다고 할까요.
중국에서 시작한 자장면은 우리나라에서 100년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의 시대상황과 입맛에 따라 달라진 K 푸드예요.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가는 중식집은 전통 중식이기보다는 한국식으로 정착된 중식이에요. 요즘은 중국에서 주방장을 초빙해 정통 중식을 선 보이는 호텔도 있지만 우리나라 중식은 화교 분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 경제, 사회 발전과 같이 바뀌고 발전해 왔어요.
저는 중국 상하이에 살아요.
중국에 살면 정통 중국집 가서 중국 요리 먹을 것 같지만 대부분 정통 중국식당은 자신의 의지로 가지 않아요. 행사가 있거나 손님 접대 아닌 이상, 중국에서 우리가 가는 중국 식당은 한국식 중국집이에요.
베이징에서는 동보성, 미가짜장, 종로짜장이 유명했어요.
상하이에서는 도도원이 유명해요. 주기적으로 까만 춘장의 자장면과 빨간 국물의 짬뽕을 먹어야 해요. 짬뽕은 아예 중국에는 없는 음식이에요. 우리나라 중국집에만 있는 한국식 중식이죠.
오랜 시간, 그 나라에 살면서 상황과 환경에 맞게 음식 문화가 바뀌면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죠. 커틀렛이라는 프랑스 요리가 일본 돈가스로 새로운 음식이 되었듯이요. 각 지역 별 정통 중국 요릿집 넘치고 넘치는 중국에 살지만 우리가 가는 중국집은 중국식당이 아니라 한국식 중국식당이랍니다.
자장면은 유전자 가위로도 자를 수 없는 우리 DNA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