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호텔에서 책 읽기
상하이에 사는 안나예요.
중국은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단오절 연휴예요. 원래 단오절에 하루 쉬는데 이번에 월요일이라 연휴가 된 거예요. 하루 쉬는 날이라 특별히 뭐 하긴 애매한데 3일 연휴는 연휴네요. 중국에서 연휴 기간에 어디 가면 사람 많다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만큼 당연해요.
이번 독서모임 책이 벽돌 오브 벽돌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다 알지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레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예요. 어렸을 때 세계문학전집에 한 권 분량으로 축소한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이제 제대로 읽어야 해요. 총 3,000쪽에 등장인물만 약 600명이래요.
제가 100쪽 읽는 데 평균 30분 걸려요. 물론 책 내용에 따라 20분이나 40분 걸리기도 해요. 이론상 숨만 쉬면서 읽어도 15시간 필요해요. 우리가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하면 비즈니스데이로 꼬박 2일 필요해요. 읽을 수 있다고 저를 세뇌 중이에요.
학생 때, <태백산맥>도 읽고 <토지>도 읽고 <아리랑>도 읽고 <한강> 같은 10부작들도 읽었는데 고작 4권 못 읽겠어요 하고 스스로 긍정회로 돌리고 있어요. 박경리 선생님을 좋아해 토지는 학생 때도 읽고, 나중에 직장 다닐 때 1번 더 읽었어요.
책은 집에서도 읽을 수 있어요.
2박 3일 동안 집 안에서 읽어도 되지만 상하이는 집 안이 제일 덥고 제일 추워요.
상하이 봉쇄 때도 집안에서 만보 걸을 정도로 바지런 떠는 안나인데요. 휴일에 집 안에 있으면 과연 책만 읽겠어요. 후이바오보다 더 빨빨거리며 집안 일 할 거예요.
결국 저를 스스로 가두기로 했어요. 책 읽다 눈 아프면 창밖 바라볼 때 건물이나 도시 풍경이 아니면 좋겠어요. 항저우 천도호 인터컨이 책 읽기 제일 좋은데 항저우까지 오고 가는 데 시간 걸리네요.
상하이 인터컨티넨탈 중에 상하이 원더랜드 인터하고 상하이 하버시티 인터가 자연 풍광 조망 가능해요.
원더랜드는 발코니에서 책 읽기 좋지만 산책할 곳이 없고 유원지 느낌 들어요. 차분히 책 읽기 위해 상하이 하버시티 인터컨티넨탈을 선택했어요. 가본 적은 없는데 호텔 모습만으로도 이미 유명해요.
상하이 끝자락에 인공호수와 섬을 만들고 그 안에 호텔과 공원을 조성했어요.
섬 한 바퀴 돌면 10km 래요. 책 읽다 피곤하면 산책도 하려고요. 전쟁과 평화를 위한 스스로 봉쇄를 선택했어요. 이렇게 책 읽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야 진짜 읽겠죠.
상하이 하버시티 인터컨티넨탈 후기와 <전쟁과 평화> 독후감은 나중에 올릴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