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book이북으로 읽어 책 편집과 분량이 느낌이 안 와요.
종이책은 총 364쪽이라고 하니 벽돌책 1/3 정도 두께일 듯해요. 번역은 깔끔하게 잘했는데 중국어 표기가 틀린 부분도 있어요. 영어책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그런 가 봐요. 지은이는 데스몬드 슘 沈棟, 상하이에서 태어났고 홍콩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홍콩에서 일하다 베이징에 가서 잘 나가는 사업가로 화려한 삶을 살다 지금은 중국을 떠나 영국에서 살고 있어요. 픽션 같은 논픽션이에요. 사실일까 아닐까? 계속 의문과 반문 속에서 읽게 되네요.
중국에 사는 우리에게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아요.
늘 주변에서 보고 들어왔던 일이에요. 누구나 알고 느끼지만 이렇게 구체적 사건과 지명, 인명으로 보니 생생하게 다가와요.
슘은 휘트니 단 段偉紅이라는 산동성 출신의 여성을 베이징에서 만나게 되어요. 원자바오温家宝 총리 부인을 장이모라고 부르며 황후를 모시는 시녀처럼 장이모를 위해 모든 일을 하며 권력을 이용해 사업을 하며 엄청난 부와 이권을 챙기죠.
산동성 웨이팡 시골에서 가난하게 태어났던 휘트니는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공산당에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관에서 시체를 꺼내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게 하겠다며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죠.
책에 나온 표현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이에요.
1990년 대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에 대한 표현-우리는 마침내 동굴을 빠져나온 원시인 같았다.
타이슨-닭발 수입, 국물용, 딤섬용, 브라질닭발을 중국에 판매, 정치가 끼지 않으면 안 된다.
회색 법령-이 단어는 중국에서 살고 사업하는 모든 사람들은 절절하게 느끼는 단어예요. 여기 법령이 항상 애매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거든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예전보다는 클리어해졌다.
순이구 부청장 리유성 li you sheng- 미국 갔을 때 심장 관련 수술을 도와주면서 인연을 맺게 되는데 사업에 있어 운과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죠.
선라이즈 Sun rise -중국 공항에 가면 항상 있는 선라이즈 면세점, 면세점과 면세점 봉투는 많이 봤는데 도대체 누구 소유일까 궁금했는데 공항 관리 회사의 이권을 보장해 준 장쩌민 가족들에게 면세점 이권을 나눠줬네요. 역시, 차이나 박수 짝짝
베이징공항 3 터미널-용의 비늘을 연상케 하는 공항 터미널 지붕은 누가 설계했을까 궁금했는데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였네요.
브리지론 Bridge loan -부동산 관련은 브리지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네요.
베이징 A8027 번호판 -징 A가 갖는 의미, 심지어 맥주 상표도 있어요. 번호판이 상징하는 중국의 신분이죠. 세상에 할 게 없어 번호판으로 신분을 표시하나고요? 여기는 그래요.
홍색 귀족- 중국 공산당 세운 최초 8명의 공산당 간부들의 후손들.. 가만히 있어도 돈과 권력이 정전기처럼 붙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와요.
티베트 5100-생수에도 이런 엄청난 이권이 숨어 있을 줄이야.. 어쩐지 제가 애정하는 지역에서 생수를 생산하더니 역시 권력과 이권이 뒤에 있었네요. 티베트 5100 생수는 에어차이나 비즈니스 기내용과 라운지 음료만으로도 엄청난 매출을 올려요.
핑안 IPO- 제 옆을 스쳐간 수많은 기회였죠. 그때 핑안주식 샀어야 하는데요. 세상에는 만약은 없어요.
베이징에 관한 내용과 묘사가 많아요. 베이징에 살았던 제게는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베이징 3 터미널을 새로 지을 때, 그 옆 순이 쪽에 거대한 물류 센터를 짓는 과정이나 량마허 근처에 불가리 호텔과 사무동을 짓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인 슘의 노력이 느껴져요. 저는 이 과정을 지나가면서 봤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가요.
링마허 불가리 호텔을 지나다니면서 누가 지었나 했는데 슘 일가가 지었네요. 맨 꼭대기 층에 펜트하우스를 만들고 살 정도로 최고의 권력과 부를 누리던 휘트니는 보시라이와 시진핑 권력 싸움에 원자바오 총리 찍어내기 일환으로 보시라이 쪽에서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를 제보하며 원자바오 집안의 재산 축적 의혹을 터트리자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예상했듯 희생양이 되어 원자바오 측 인지 어느 측에서 그랬는지 모르게 실종되었고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어요. 살았을지 죽었을지 살았다면 어떨 거라는 소문과 추측은 무성하지만 남편이었던 슘조차도 아무것도 할 수도 알 수 없죠.
얼마 전에 조영남 교수님의 <중국 공산당 통치체제>로 독서모임을 해서 이 책을 더 쉽게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우리가 모든 것은 알 수도 경험할 수도 없어요. 중국 통치 체재와 1960년대 후반부터 중국 경제 개방 정책과 발전을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에요. 2011년부터 베이징에 있었는데 그때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껴요. 모든 기회는 지금도 옆에 있는데 우리가 모를 뿐인 거죠.
존엄이 되어버린 그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리커창 등 중국 정치인들 이야기도 재밌고요. 베이징과 관련된 지명, 건물 이름은 제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네요.
원자바오 총리 부인 장페이리 張培莉을 등에 업고 흙수저에 다이아몬드수저까지 올라섰다 여기 사라진 수저가 되어버린 비운의 여인, 휘트니 단
룰렛은 카지노 게임 중 하나래요. 처음에는 이길 것 같지만 결국 판돈을 다 잃고 마는 게임
중국이라는 거대한 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을 하던 휘트니는 판돈과 목숨마저 잃고 마는 처절한 패배자가 되었네요.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하고 끝나요.
외치다 죽을지언정 입 다물고 살지는 않겠다
-범중엄范仲淹, 중국 북송의 정치가